어제 최동원 4주기···”지든지 이기든지 내 게임은 내가 나갑니다. 내가 끝을 봅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최동원 선수, 이렇게 편지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어제는 당신이 별세한지 4주기가 되는 날이었지요. 한번도 대면한 적은 없지만, 80년대 최고투수였던 당신을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과 다름없지요. 내가 한겨레신문에서 스포츠부문 편집장을 하던 2007년께 야구 담당 기자들을 통해 귀하의 소식은 몇 차례 듣곤 했습니다.

그 후 4년 지난 어느 날, 당신의 부고기사를 보고서 잠시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 두어해 쯤 뒤 제일기획에 다니던 당신의 동생(석원)을 만나 짧은 기간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어제 아침 석원씨에게 전화했더니 “부산 형님 묘소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어젯밤 석원씨를 내게 소개해준 죽마지우 유경수군한테서 밤 늦은 시각, 당신의 동상 앞에 어머님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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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당신을 잠시 떠올려봤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투수와 해태 타이거스의 선동렬 투수가 투혼을 불사른 1987년 5월 16일 바로 경기입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감동적인 명승부였던 이 시합은 <퍼펙트 게임>이란 영화로 지금껏 살아 있습니다.

그날 당신은 60명의 타자를 상대로 209개의 공을, 선동열 선수는 56명의 타자를 상대로 232개의 공을 던졌지요. 현재 프로야구 투수들의 평균 투구수가 120개인 것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투구수였지요. 2대2 무승부 연장전까지 15회, 4시간 56분간의 경기는 <퍼펙트 게임>이란 영화를 통해 제게 종종 다가왔고 그때마다 나는 당신에게 빠져들었습니다.

또 몇몇 신문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했던 말도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인터뷰 가운데 한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콧등이 찡해 왔습니다. “후배들은 아마도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의 차이점을 모를 거다. 유니폼을 벗고 났을 때의 인생이 어떤지 아는가? 마음이 쓰라리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에 인생 전부를 바친 그라운드에서 물러나 문을 잠그고 벽에 기댔을 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그 선수는 야구를 사랑한 것이라고.”

영화와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당신에게 두가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괴력과 집념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것 너머 또 다른 것을 갖고 있더군요. 바로 ‘인간다움’ 그것이었죠.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선수협의회를 구성해 구단의 횡포에 맞서던 것도, 투병 중에도 경기장에 나와 후배들을 격려했던 것도 당신의 따스한 마음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영원한 야구인 최동원 선수!

당신이 저 세상으로 떠난 지금, 당신이 청춘을 바친 롯데그룹은 지금 형제간 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당신의 팬들은 여전히 부산의 롯데보다 부산의 최동원 때문에 사직구장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수많은 후배들은 지금도 당신과 자신을 비교하며 공 하나하나를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자리는 숱한 후배들로 채워졌지만, 당신의 ‘야구혼’만은 아직 그 누구도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겐 꿈과 미련이지만, 제겐 아쉬움입니다.

최동원 선수, <퍼펙트 게임>에 나온 이 대사로 당신을 추모하며 글을 마칩니다.

“내는 동열이가 나오건 누가 나오건 죽도록 던집니다. 내가 한물 갔건 두물 갔건 끝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내가 지든지 이기든지 내 게임은 내가 나갑니다. 내가. 내가 끝을 봅니다. 누가 뭐라캐도 최동원이 게임은 최동원이가 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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