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수민에서 본명 ‘오유나’로 제2연기 인생 출발 “평생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꿈”

IMG_9326

[아시아엔=인터뷰 최정아 기자, 사진 라훌 아이자즈 기자] 배우 오수민이 본명 ‘오유나’란 이름으로 제2의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8월4~5일 양일간 SBS에서 방영한 단막극 <에이스>에서 다혈질 검사로 열연하며 브라운관으로 ‘컴백’한 것이다. 그만큼 오유나에게 <에이스>는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진 이후 처음 출연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그녀는 오수민이란 가명을 버리고 자신의 본명인 오유나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오유나는 “<에이스>란 작품으로 연기활동을 본격 재개하면서, 제 본 모습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연기인생 2막을 시작한 그녀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제가 막 데뷔했을 당시엔 배우 오윤아씨가 있었기 때문에 가명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어린마음에 연예인은 가명을 써야한다는 생각도 있었죠.(웃음) 공백기 이후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제 본명, 오유나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땐 예쁘게 보여야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제는 ‘미간에 주름 좀 잡히면 어때’란 생각으로 캐릭터에 몰입하며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10년이 넘게 오수민으로 활동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아직까진 헷갈려 하세요. ‘오유나’라는 이름이 사람들 머릿속에 남도록 더 좋은 연기 보여드릴거예요.”

오유나의 첫 방송데뷔는 다소 특이했다. 1998년 어린이드라마 <지구용사 벡터맨>(이하 벡터맨)의 악역 ‘메두사’로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비춘 것이다. ‘악역치곤 너무 예뻤던’ 당시 오유나의 모습은 아직도 2030세대의 추억속에 남아있다.

“1998년 <벡터맨>으로 처음 데뷔했죠. 촬영장 일부 스탭들은 <벡터맨>을 보며 자란 분들도 있더라고요.(웃음) 당시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어요. ‘메두사’란 역할이 창피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깐 그것도 추억이더라고요. 지금은 다들 좋게 얘기해 주세요. 만약 지금 <벡터맨>같은 어린이드라마 섭외가 들어오면 제 딸을 위해 메두사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녀는 이후 청소년드라마 <학교3>,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유혹>에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이 두 작품은 그녀의 연기경력에 뿌리가 되어 준 고마운 작품들이다. 오유나씨는 시청률 20%를 넘겼던 <아름다운 유혹>이란 드라마로 KBS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IMG_9286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학교3>이에요. 드라마 정식데뷔를 한 작품이기도 하고, 1년 동안 동료들과 정도 많이 쌓았었거든요. 쫑파티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 연기인생에 거름이 되어준 작품이죠. 이후 2004년 <아름다운 유혹>에 출연했어요.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 저에 대한 리뷰글을 보는 게 낙이었어요. 제 연기를 보며 같이 울고 웃었다는 시청자 평이 계속 올라왔죠. 이 작품으로 신인상 후보까지 올라갔어요. 상은 비록 못 받았지만 저에겐 뜻 깊었던 작품입니다.”

오유나는 딸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엄마가 되고난 뒤 그녀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며 연기의 폭도 넓어졌다. 최근 부쩍 말이 는 딸아이를 위해 더욱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에요. 주변사람들에 대한 포용력과 배려심이 더욱 깊어졌어요. 불만이 생길만한 일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이해하죠. 딸아이가 31개월인데 정말 예뻐요. 이젠 저와 대화를 할 만큼 말이 많이 늘었어요. TV에 나온 제 모습을 보고 ‘엄마 TV에 나왔다!’라며 좋아해요. 부모님도 제가 최근 출연한 작품을 보고 ‘TV 보는 맛이 난다’며 다시보기로 계속 돌려보세요. 이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내년부터 대학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2016년부터 대진대에 신설되는 ‘문화예술콘서바토리’ 연기학 교수로 위촉된 것이다. 그녀는 18년 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얼굴에 설렘이 번졌다.

“연기 생활하면서 대학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거든요. 우연찮게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찾아왔어요. 정말 믿기지 않았죠. 사실 연기생활을 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저도 아직 배울 것이 많아요. 현장에 가면 선배님들께 혼나기도 하고요. 정말 열심히 연기해야겠다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요. 좋은 교수가 돼서 좋은 학생 배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많은 10대들이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소위 ‘성공한 배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배우의 길은 쉽지 않다. 이 사실을 몸소 겪은 오유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많다.

2016년엔 대진대서 후배들 연기지도
“요즘 많은 젊은 친구들이 겉모습만 보고 배우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길도 늘어났어요. 연기학원만 가면 금방 ‘뜰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으니 나쁜 마음을 먹는 후배들도 봤어요. 하지만 ‘반짝’은 할 수 있어도 오래 가긴 힘들어요. 성공한 배우들은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을 견딘 뒤 기회를 잡아 그 자리에 올라온 거예요. 지망생들의 꿈을 꺾고자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단지 배우의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오유나는 ‘평생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긴 공백기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그녀가 느낀 것은 ‘기회의 소중함’이다. 그녀는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더욱 독하게 마음먹었다고 한다.

“정말 강한 사람은 힘들고 지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더욱 독하게 일에 매진하죠. 중도포기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누구한테나 기회는 온다고 믿어요. 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데뷔 초 한 감독님이 ‘너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니?’라고 물었어요. 그때 ‘평생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대답했어요. 그 마음 그대로 계속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IMG_9282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