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조 저널리즘’ 창시자 헌터 톰슨 “내 생각 가감 없이 표현해 너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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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라훌 아이자즈 기자] 주관적 판단은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에만 입각해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가? 아니면 기자의 주관이 들어가도 괜찮은가? 이는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해묵은 논쟁이다. 이런 논쟁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언론관을 제시한 이가 있으니,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인 헌터 S. 톰슨이다.

헌터 S. 톰슨의 글 대부분엔 그의 또 다른 자아 ‘라울 듀크’가 등장한다. 톰슨은 가상 인물에 자신을 투영시켜 독자들과 소통했다. 라울 듀크는 보통의 독자들과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언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필자 역시 저널리즘을 폄하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론은 이리저리 휘둘리고, 금전적 대가가 있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데다, 선정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이목이나 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기자가 됐다.

영화학도였던 필자는 소설을 쓰고 영화를 제작하며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 운명이라 생각했지만, 뒤늦게 기자 생활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톰슨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자신은 작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 여겼지만, 결국 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이른바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 이라 불리는 신(新) 저널리즘을 창시했다. 곤조 저널리즘은 객관적 사실 만을 중요하게 다루는 기존 보도와 달리 밀착 취재를 통해 글쓴이의 주관을 강하게 드러내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이다.

톰슨은 첫 번째 작품인 <지옥의 천사들: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무용담>(1967)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톰슨이 당시 주류 매체에서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오토바이 폭주족에 관한 이야기다. 톰슨은 그들을 면밀히 관찰했고, 생생한 현장감을 바탕으로 그의 주관을 반영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는 1998년 테리 길리엄이 연출하고 조니 뎁이 주연으로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로 재탄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톰슨은 이 외에도 <공포와 혐오: 1972년 대통령 선거 유세> <럼 다이어리> <위대한 상어사냥> 등의 대표작으로 사랑 받았다.

시대의 반항아이자 비주류 문화의 대표격이었던 톰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생각을 바로 표현할 수 있는 기자 생활이 즐겁다.” 언론을 무시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기자란 직업 역시 그의 숙명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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