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냉동배아’ 처리 고심···’생명윤리’ 의식 폐기 꺼리고 불임부부에 기증
미사용 배아 2002년 40만개서 2011년 61만2천개로 10년 사이에 1.5배
[아시아엔=편집국]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진 후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되지 않고 실험실에서 냉동 보관되고 있는 배아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신에 적합한 배아가 선택된 뒤 남은 배아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이지만, 어떤 게 최적의 선택인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미국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10개 배아 중 4개를 자궁에 착상시켜 네 쌍둥이를 얻은 후, 남은 6개 배아를 다른 불임 가정에게 기증하려고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한 부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배아 문제와 관련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는 부부, 배아 보관시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라며 “1981년 미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후 체외수정으로 탄생한 아기는 전체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02년 40만개 정도이던 미사용 배아는 2011년 61만2천개로 10년 사이에 1.5배 이상 늘었다.
불임 부부들은 첫 체외수정 시술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남은 배아를 보관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부부들은 병원, 의료연구소의 처분에 맡기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대다수는 매년 300∼1200 달러의 보관료를 내고 배아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컬럼비아 대학병원 마크 사우어 박사는 “냉동 배아로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어보면 ‘앞으로 생각해보죠’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라며 “부부들이 항상 배아의 윤리적, 법적 지위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이들의 상당수는 결국 (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어 박사에 따르면 이들은 △냉동배아를 이용해 아이를 더 낳거나 △폐기하거나 △연구용으로 기증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기증하는 4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냉동배아를 ‘사실상의 자녀’로 여기고 다른 가정에 기증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미국 불임의학학회는 “기증된 배아가 시술에 사용된 경우는 2013년 1084건으로, 2009년 596건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