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여전히 ‘관피아 아성’
신규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4명이 관료 출신
[아시아엔=노지영 기자]올해 신규 선임된 금융권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기는 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관피아의 굳건한 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자산 2조 원 이상 118개 금융사의 3분기말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명단이 공개된 88곳에서 올해 신규 선임된 120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47명(39.2%)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사외이사도 관료출신으로 분류된 결과다.
그 뒤를 학계(25.8%), 재계(20%), 언론(9.2%) 등이 이었다.
자산 2조 원 이상 금융사에서 활동하는 총 339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12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6.6%다.
학계는 104명으로 31%를 차지했고 재계(64명·19%), 언론(21명·6%), 법조(8명·2.4%) 등 순이다.
2012년 3분기말과 비교하면 전체 관료 출신 비중이 38.1%에서 1.5%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학계 금융계 출신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비중을 나타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125명의 전 근무처는 기획재정부가 34명(27.2%)으로 가장 많았다.
법원·검찰 등 법조 출신은 25명(20%)이며 금감원 출신은 13명(10.4%), 한국은행 출신은 8명(6.4%), 청와대 출신은 7명(5.6%)이었다. 이 외 산업은행 5명, 국세청 4명,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3명이다.
관료와 학계 출신을 합친 비중은 67.6%로 2년 전 67.9%와 비슷하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동부생명보험이다. 이 보험사는 3분기 말 현재 사외이사 3명 전원이 관료를 지낸 인물로 채워졌다. 양수길, 유재성, 이문석 사외이사가 각각 청와대, 부산지검, 총무처 장관 출신이다. 2012년 3명 중 1명이던 관료 출신이 올해는 3명으로 늘었다.
삼성생명보험은 4명 중 3명, 경남은행·교보증권·농협금융지주·동부화재해상보험·KDB캐피탈·유진투자증권은 3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BS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은 5명 중 3명이 전직 관료다. IBK캐피탈, SK증권, 기업은행, 대우증권, 롯데카드, 삼성증권, 삼성화재해상보험 등도 사외이사의 절반이 관료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