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통신] 한국어 배우는 일본 아줌마들

*이시이 치호미?씨는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며 13년간 NHK?문화센터, 철도청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지한파 일본인 여성입니다. 일본 천리교대?한국어과를 졸업했습니다. 한국 아줌마와 비슷한, 큰 소리로?웃고 성격 급한, ‘오사카 아줌마’의 정겨운 일본의 일상을?함께 들어보시죠.?-아시아엔(The AsiaN)

한국 아줌마와 비슷한 ‘오사카 아줌마’

오사카에서 간단한 한국어를 가르친 지 오래 되었다. 중국어는 일 때문에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어는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많다. 이 세상에서는 필요한 외국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호기심이나 관심으로 시작해 즐겁다고 느껴진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필요한 외국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수강생은 현역에서 물러난 남성들이 많았다. 9년 전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방송되면서 이른바 한류열풍이 불었다. 수강생은 단숨에 90% 정도를 여성들이 차지했다. 배용준 팬인 아줌마들이다. 이 아줌마들 덕분에 한국어 교실에도 수강생이 급증했다.?나도 한류 열풍 혜택을 입은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오사카의 아줌마들은 일본전역에 걸쳐?캐릭터가?강렬하게 알려져 있다. ‘오사카의 아줌마’와 ‘한국의 아줌마’는 비슷하다고 하는데, ‘한국의 아줌마’와 공통점이 있는지 그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 판단에 맡기고, 우선 ‘오사카의 아줌마’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오사카의 아줌마’는 아주 큰 소리로 얘기하고 웃는다. 게다가 성미가 급하다. 일본사람에게는 드물게 아는 사이가 아닌 사람에게도 거리낌없이 말한다. Yes/No가 분명한 것이다.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도가 지나쳐서 참견을 한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친절한 아줌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 가게에서는 물론이고 백화점에서도 밑져야 본전이라며 값을 깎는 것에 정열을 불태운다. 한번 보면 짠순이처럼 보이지만 강인한 생활력이 있는 것이다.

화련한 옷차림도 특징의 하나다. ‘오사카의 아줌마’는 호피무늬 옷을 아주 좋아한다. 쇼핑은 싸움이라고 해서 공격적인 호피무늬 옷을 일부러 입는다는 설도 있는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이런 야한 옷을 누가 입을까?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런 ‘오사카의 아줌마’가 타는 애차(愛車)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사수베(상품명, 자전거 핸들에 우산을 꽂을 수 있는 쇠장식)가 장착된 자전거’다. 비가 오는 날에도, 햇살이 따가운 날에도 사수베에 우산을 꽂고 자전거를 타고 ‘전투’에 나간다. 그리고 ‘오사카의 아줌마’의 무기라고 하면 사탕이다. 누구나 가방 안에 몰래 사탕을 숨기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조차 “사탕 먹어 봐”라고 하면서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버린다.

이런 ‘오사카 아줌마’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 계기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기본적으로 한국을 아주 좋아한다. 잘 생긴 배우 팬도 있고 한국 가수 콘서트에 가고 싶은 아줌마도 있고 노래를 한국어로 알아듣고 싶은 아줌마도 있고 오사카에 한국 친구가 생긴 아줌마도 있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아줌마도 있다.

연휴 때 일본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해외라고 하면 항상 한국이 1등이다. 하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본 관광객에게는 일본어로 장사하는 한국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줌마들의 한국어 실력이 그다지 빠르게?숙달되지는?않지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강아지가 열심히 눈으로 좇는 듯 아줌마들이 따라오는 모습은 아주 사랑스럽다.

한국어 교실은 ‘말을 배우는 곳’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고 하는 키워드 때문에 모인 사람들의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는 장소이기도 한다.

자기가 한 말이 통했다고 하는 경험은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교실에서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데 막상 눈 앞에서 한국사람을 보면 좀처럼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유창하게 일본어로 얘기하는 한국사람에게 압도되는 것이다. 그럴 때야말로 ‘오사카 아줌마’ 성격을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어를 배워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어떤 아줌마는 이 교실에서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고 말하거나, 아주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한국어로 조금이라도 알아들 수 있다거나, 오사카에 사는 한국 사람과 한국어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대답한다.?이렇게 회답해 준 아줌마들에게 나의 미미한 힘이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고맙게 생각했다.

그리고 제일 공감한 회답 가운데 하나가 “제가 말하는 서투른 한국어를 한국사람이 열심히 알아들으려고 해주었던 것”이었다. 내게도 똑같은 경험이 있었다. 일본 사람인 내가 말하는 한국어에 귀 기울이면서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한국어를 배워서 진심으로 좋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일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오사카의 아줌마들이 앞으로도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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