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오늘의 시] ‘멈춤’ 최명숙

    바람 앞에 서보지 않은 사람에게 세상은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 같지 그대의 길을 정확히 멀리 보려면 잠긴 빗장을 열고 나와 멈춰진 풍경을 보아야 해 문득 가버린 것들이 아득히 멀고 정체된 자신의 자화상을 마주 보는 그곳에서 그러나 영원한 멈춤이란 없고 단지 잠시 머문 순간을 못 참아 할 뿐이지 멀리 가기…

    더 읽기 »
  • [최명숙의 추억속으로] 그대가 그럴 때가 있다

    비 오는 밤 호젓한 빗소리처럼 사람들 속에서 그대 목소리 도란거릴 때 문득 세월의 옷깃을 세우는 그대가 비에 젖을 때가 있다 수첩의 장마다 빼곡히 적힌 이름들이 빗물에 번진 글씨처럼 흔적으로 남을 때 비 젖은 머릿결 쓸어 올리는 그대가 점점이 흩어질 때가 있다 미워하고 마음 졸이며 남루로 눈물겹던 세월이야 지나면 그만이라고 바라보기만…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어느 부활절의 나의 詩心-라일락꽃’

    부엌 창문으로 밖을 염탐하는데 창틀 모기창까지 담쟁이가 벽을 탔다. 바깥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살피는데 라일락이 뒤에서 손을 흔든다. 그 모양이 아름다워 방금 붓을 놓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반세기 아파트라 모기창과 창살이 방충과 방범에만 충실할 뿐 창문의 美學엔 아랑곳없지만 이름다운 것은 아무리 말려도 아름답다. 왠지 모르게 바깥이 따스할 것 같아…

    더 읽기 »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떨림의 까닭

      한 송이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떨리는 가슴으로 지켜본 사람은 꽃 한 송이가 지기 위해 애씀이 어떠한지를 안다. 서녘 햇살에 긴 그림자 끌며 먼 길 걸어본 사람은 남은 날들의 소중함이 어떻게 절실한지를 안다. 보름달보다 열이레 달이 어떻게 더 깊게 비치는지를 아는 사람은 떠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어째서 더 애달픈지를 안다.…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더 읽기 »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 앞에서

    하얀 꽃그늘에서 오래고 늘 새로운 존재를 생각한다 나보다 먼지 있었고 또 나중에 있을, 어머니 땅에 뿌리하여 한 번도 제자리 벗어나려한 적이 없이 사철 천지의 운행에 몸을 맡기고 햇살과 구름 바람과 눈비가림 없이 보듬이 안아 봄마다 더 새롭게 피어나서 온 세상 눈부시게 장엄한 뒤엔 하이얀 그 꽃잎 미련 없이 흩어버리고 한…

    더 읽기 »
  • 문화

    [오늘의 시] ‘바닷가에서’ 타고르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넘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바다로 떠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 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더 읽기 »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산벚꽃이 일러주는 ‘얄궂은 봄’

    이 봄은 얄궂어라 산벚꽃 먼저 피었네 저 산벚꽃 지면 이 봄도 따라 질거니 까닭 없이 피는 꽃 어디 있으랴 파르르 꽃잎 날리는 푸른 그늘 아래 봄꽃처럼 피어나는 설운 까닭을 묻는다

    더 읽기 »
  • 사회

    [오늘의 시] ‘바보냐’ 김영관

    답답함에 크게 소리 질러 보아도 화가 치밀어 오름에 베개를 힘껏 두들겨 보아도 나아지는 건 순간일 뿐 몸만 피곤 해질 뿐 손목만 아플 뿐 나만 지칠 뿐 나는 바보였다 나만 모르는 바보…

    더 읽기 »
  • [여류:시가 있는 풍경] 등대 너머 해넘이

    서해안 저녁노을이 멋진 곳인 백수해안길의 등대 너머로 저무는 해를 배웅했다. 노을은 저무는 것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가운데도 가슴 깊게 와닿는 황홀함이라 할 수 있으리라. 내 이번 생의 마지막 또한 저러할 수 있기를.

    더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