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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그 여름의 끝’? 이성복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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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비 오는 날의 기도’ 양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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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홍수가 쓸고 간 학교’ 박노해
마을에 큰 홍수가 있었다 아직 다 복구하지 못한 학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한다 무슨 사연일까, 자꾸만 문밖을 바라보는 소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고 만 걸까 오지 못한 짝꿍을 떠올리는 걸까 죽은 자들이 그립고 아파와도 소녀는 눈물을 삼키며 앞을 바라본다 그저 고개 들어 앞을 바라보는 것이 필사적인 투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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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평창영화제] 전쟁의 아이러니 ‘어떤 승리’
2020 평창영화제 스펙트럼부문 <아부 레일라> “다시 평화!” 2020년 6월 중순, 강원도 평창에선 2020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극도의 긴장과 우려 속에 엿새간 치러졌습니다. 전 세계 주요 영화제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평창영화제는 안팎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이번에 선을 보인 34개국 96편의 영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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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참 오래 걸렸다’ 박희순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게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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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침목’ 조오현 “끝끝내 받쳐온 이 있어”
아무리 어두운 세상을 만나 억눌려 산다 해도 쓸모없을 때는 버림을 받을지라도 나 또한 긴 역사의 궤도를 받친 한 토막 침목인 것을, 연대인 것을 영원한 고향으로 끝내 남아 있어야할 태백산 기슭에서 썩어가는 그루터기여 사는 날 지축이 흔들리는 진동이 있는 것을 보아라, 살기 위하여 다만 살기 위하여 얼마만큼 진실했던 뼈들이 부러졌는가를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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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자화상 그리기’ 박노해 “고난도 비난도 치욕도 다 받아 사르며 가라고”
광야의 봉쇄수도원 수녀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모습이라며 몽당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 보냈는데 이게 나야, 웬 이쁜 외계인, 혼자 웃다가 번쩍 다시 보니 귀가 이렇게 유난히 큰 것은 말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너무 작아 미약한 말에도 나직이 귀 기울이라고 눈이 이렇게 푸른 것은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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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뒤를 돌아보면서’ 박노해
나이가 드니 안녕이 참 많군요 안녕이란 말이 참 무서워지는군요 가면 갈수록 사랑이 오기보다 이별이 더 많이 걸어오는군요 나이가 드니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군요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때도 뒤를 돌아보면서 앞을 바라보는군요 그대와 나,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뒤돌아봐요 많은 강을 건너고 많은 산을 넘었어요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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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권력형 기생충’ 이해 돕는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
[아시아엔=편집국] 밀로반 질라스의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원제 The New Class-An Analysis of the Communist System)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2019년 8월 이후의 대한민국을 읽는 눈이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등장한 기생충, 그리고 빨대. 낯설지 않은 용어에다 익숙하게 마주하는 현실이다. 작년 하반기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은 ‘조국사태’ 그리고 반년도 안돼 터져나온 ‘윤미향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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