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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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내가 미안해’ 김영숙···만년의 거장들은 동심으로 세계를 본다
집채만 한 파도가 큰 바위를 덮쳤어요 바위야 미안해 너무 세게 때려서 보드란 거품 만들어 마사지를 해줘요 덩치 큰 바위가 파도에게 말해요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 몸이 너무 세서 부서진 물방울 모아 가슴 가득 안아요 # 감상노트 피카소가 그랬듯 추사 김정희가 그랬듯 만년의 거장들은 동심으로 세계를 본다. 동심이 천진무구와 고졸담박의 묘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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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13월’ 박시교 “단 하루 마지막 달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올해부터 내 달력에는 13월을 넣기로 한다 한 해를 12월로 끝내는 게 아쉬워서다 단 하루 마지막 달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첫사랑 산골 소녀에게 엽서를 보내고 눈 내리는 주막으로 친구를 불러내고 헐벗은 세월을 견딘 아내를 보듬어주고 또 미처 생각 못 한 일 없는지 챙겨가며 한 해를 그렇게 마무리해 보고 싶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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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운동회는 끝나고’ 박기섭 “그 소리 며칠은 간다 그 냄새도 그렇다”
텅 빈 운동장에 가득한 함성 소리 교문 쪽 담장 가를 떠도는 국밥 냄새 그 소리 며칠은 간다 그 냄새도 그렇다 # 감상노트 어느 산골 초등학교일까. 흙먼지 이는 운동장에서 청군 백군 줄다리기도 하고, 오자미로 바구니 먼저 터뜨리기도 하고. 이런 운동회는 지금도 마을 단합(團合) 대회라 학교담장 가에는 큰 솥에 국밥도 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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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거짓말’ 박영구 “노련한 이 소통 방식 나 이제 철든 걸까”
돼지갈비 먹고 싶다는 팔순 노모 뜻대로 대꾸 없이 알아서 한우갈비를 먹는다 노련한 이 소통 방식 나 이제 철든 걸까 # 감상노트 정말 돼지갈비가 먹고 싶었을까. 아마 아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셨겠지. 노모의 심장박동이 빨라진 걸까 눈빛이 흔들린 걸까. 거짓말을 탐지한 아들은 알아서 한우갈비를 시킨다. 겉말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걸 알아내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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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이사’ 박방희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생활은 시작되고 타관도 고향 된다 그렇게 못 박힌 하루하루가 일생이 되는 거다 # 감상노트 먹고 살 일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목숨. 잘 살기 위해 몇 번이나 이삿짐을 꾸리고 풀고 했을까. 못을 박으며 여기서 오래 살기를 바랐을까 더 안락한 보금자리로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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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시’ 김양희 “굴뚝의 연기가 오늘 일기를 쓰네”
굴뚝의 연기가 오늘 일기를 쓰네 별님 달님 보라고 모두 다 공개하네 일기는 비밀이잖아 연기가 구부러지네 감상노트 굴뚝이 있는 마을. 거기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나 보다. 바보같이 온몸으로 제 힘껏 쓰는 일기를 모두 다 보는 줄도 모르고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아니다. 굴뚝의 연기는 날 좀 보라고 나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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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길을 찾는 너에게’ 조안 “네가 가면 길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허공에서 걷고 있다 굽고 휘어지고 엉키고 뒤틀리고 쭉 뻗은 길만 길이 아니다 네가 가면 길이다 감상노트 일없이 나무벤치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 허공에서 실핏줄처럼 걸어가는 나무의 길을 본다. 수양버들처럼 휘휘 늘어져 쭉쭉 벋어가는 춤만이 춤은 아니다. 휘어지고 엉키고 뒤틀린 저 춤사위. 이 하루도 당신이 추는 춤이고 당신이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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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들길 따라서’ 홍성란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너에게”
? 발길 삐끗,?놓치고 닿는 마음의 벼랑처럼 ? 세상엔 문득 낭떠러지가 숨어 있어 ? 나는 또 얼마나 캄캄한 절벽이었을까,?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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