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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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닭과 詩人’ 조영욱?”대한민국 김관식 시인은”
시인은 닭과 교감한다 비록 하늘이 내려준 야성 잃고 갑갑한 닭장에 갇혀 퇴화한 날개 푸드득거려 때아닌 홰를 칠망정 신성마저 잃은 건 아니다 어둠이 더 깊은 어둠으로 닻 올려 항해할수록 막막한 어둠, 그 알을 쪼아 빛 불러내는 것은 시인 벼슬살이보다 긴 유배에서 풀려난 다산은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닭을 치며 바닷가 강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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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봄이네요 봄’ 박노해 “간절한 자의 봄”
겨울은 등 뒤에서 슬금슬금 걸어왔지만 봄은 앞길에서 낮은 포복으로 찾아옵니다 하루아침에 봄이네요 겨울은 어깨 위에서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발밑에서 으쓱으쓱 밀어 옵니다 아래로부터 봄이네요 겨울은 준비도 없는 얇은 자에게 먼저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많이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간절한 자의 봄이네요 봄이네요 봄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는 봄이네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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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만년필’ 김광협 “自由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價値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이것은 나의 倫理이며 괴로움이다. 自由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價値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가끔 빈 방황에서 돌아와 울기도 한다. 이것은 나의 모든 착오이며 孤獨이다. *이 시는 1973년 당시 동아일보 기자이던 김광협이 <현대문학>에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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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소낙비’ 오충 “가던 발걸음 모두 쉬었다. 집콕이다”
멀건 대낮에 굵어지는 빗방울 처마 밑으로 옹기종기 천 쪼가리로 얼굴을 가린 채 간신히 가쁜 숨을 몰아쉰다. 소낙비는 피하라고 했다. 언젠가는 멈추리라고 가던 발걸음 모두 쉬었다. 집콕*이다. 기대어 사는 것이 사람(人)이거늘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한다. 살을 스치는 신선한 공기가 그립다. 맨 입술로 흠뻑 마시고 싶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려나. 곧 쨍쨍 내리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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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꽃샘추위’?정연복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이별은 쉽게 허락 되지 않는것 겨울 끝자락의 꽃샘추위를 보라 봄기운에 떠밀려 총총히 떠나가면서도 겨울은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어디 겨울 뿐이랴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바람 같은 세월에 수많은 계절이 흘렀어도 언젠가 네 곁을 떠난 옛사랑의 추억이 숨결처럼 맴돌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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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늙음’ 최영철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이슬 맺히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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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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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눈부신 삶의 깃발’ 박노해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어디서나 소리 없이 나부끼는 빨래는 내겐 어떤 국기보다 빛나는 평화의 깃발이다 정직한 노동의 땀방울을 씻어내고 사나운 폭격의 핏방울을 씻어내고 고단한 마음의 얼룩까지 씻어내고 비록 낡은 옷 지친 몸이지만 깨끗이 소생시켜 새 희망의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라 한다 강인한 의지와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깃발로 펄럭이는 빨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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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고난’ 박노해 “장하다 하지만 잊지 마라”
폭설이 내린 산을 오른다 척박한 비탈에서 온몸을 뒤틀어가며 치열한 균형으로 뿌리 박은 나무들이 저마다 한두 가지씩은 부러져 있는데 귀격으로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 한 그루 상처 난 가지 하나 없는 명문가 출신에 훤칠한 엘리트를 닮은 듯한 나무 한 그루 하지만 나는 금세 싫증이 났다 너는 어찌 된 행운인가 너에겐 폭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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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손을 펴라’ 박노해 “한 번 크게 놓아버려라”
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토착민들은 이 영리한 원숭이를 생포할 때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쌀을 넣어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가죽 자루의 입구는 좁아서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원숭이가 찾아와 맛있는 쌀이 담긴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쌀을 가득 움켜쥐고는 흐뭇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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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동안거 해제’ 홍사성 “사랑하면 다 봄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계곡물 어느새 깍지 풀고 칼칼칼칼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차가운 물소리 듣는 아침 사랑하면 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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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대보름달’ 이향아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그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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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시인통신(詩人通信)에는 시인은 없고’ 목필균
그 곳에 가면 묵은 인기척이 들린다 광화문에서 피맛골로 들어서면 만나는 낡은 영화촬영세트 같은 주막 시인통신 한 세월, 누군가의 시름 털어 주었을 기타가 줄 하나가 끊어진 채 정물로 서 있고 술잔을 안테나로 시인들과 내통한 술꾼들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치기 섞인 낙서를 남긴 주막은 비 얼룩 속에 늙어간다 와 본 사람만이 다시 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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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기다리는 시간’ 서정홍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나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 설레는 마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으면 여러 가지 까닭이 있겠지 생각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사람을 기다려 주는 일 내가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베풀 수 있는 것은 다음에 또 기다려 주는 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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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한겨울의 입춘'(立春) 정연복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는 칼바람 휘몰아쳐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양력 2월 4일 바로 오늘이 입춘이라니 참 이상하지 않은가 온 세상 추위에 얼어붙고 나무마다 빈 가지뿐 초록빛은 어디에도 없는데 뜬금없이 봄이 왔다니. 아니다! 입춘이 맞다 겨울 지나 봄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속에 봄이 있다 겨울 품속에서 봄이 살금살금 자라는 거다 겨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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