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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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싸움은 맷집이다”

    중학교 입시를 막 치고 났을 때였다. 이제 한숨을 돌리며 놀 수 있나 싶었는데 엄마가 나를 유도 도장에 보냈다. 뚱뚱하고 물러터져서 좀 야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사범에게 특별 부탁을 했다. 나를 매일 스무번 정도 패대기 쳐달라고 했다. 운동이 아니라 폭력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이 가벼워지고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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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30년 전 법정의 비상계엄 논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앞으로 헌법재판소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어 질 것같다. 1980년5월17일 전두환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16년 후 그의 비상계엄확대는 내란 행위가 되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나는 그 법정에서 검사와 전두환의 참모이며 이론가인 허화평씨의 치열한 논쟁을 보았다. 그리고 당시 신현확 국무총리의 증언을 들었다. 공소장은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를 내란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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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나는 내 ‘천직'(Calling)을 사랑하고, 또 고맙다”

    내가 평생을 드나든 법정은 무대 같았다. 높은 단 위의 판사가 주역이고 검사가 조역이었다. 변호사는 순간의 장면에 등장하는 단역 같다는 느낌이었다. 내 경우는 단역이라도 어떤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법정이라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더 희극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내가 처음 변호사를 시작한 1980년대초는 판사실이 활짝 열려있었다. 변호사들이 판사실을 찾아가 방아깨비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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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탄핵정국…자해행위는 하지 말아야

    총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확신하는 의사친구에게서 어제 밤 늦게 전화가 왔다. “나 미국으로 망명하려고 해.” 뜬금없는 소리였다. “왜?” 내가 되물었다. “부정선거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한 대통령도 잡혀들어갔는데 이제 저놈들이 나를 그냥 두겠어? 내가 그래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모임에서는 꽤 유명해.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요새 가스총을 사서 가지고 다녀. 내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렸는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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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마음 불편한 분들, 북평 오일장에 와보세요”

    나는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이면 장터로 간다. 북평장터는 흘러간 시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 같이 여러 시대의 건물들이 겹쳐져 있다. 일제시대 지은 것 같은 낡은 목조주택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빨갛게 녹슨 양철 지붕 아래 집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나무 기둥은 곧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아직도 버티고 있다. 뒷골목으로 가면 시간이 정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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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하늘나라로 가는 여행비용

    내가 40대쯤 한참 변호사 일에 정력을 쏟아붓고 있을 때였다. 이따금씩 법정에서 허리가 굽은 늙은 변호사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는 재판장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지 손나팔을 귀에 대고 계속 다시 묻고 있었다. 재판장의 표정이 ‘이제 그만 쉬시지 왜 나오시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내 또래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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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호위무사는 변호사 아닐까”

    법과의 인연으로 나는 역사적 재판을 여러 번 목격했다. 법정에 올려진 정치나 역사에서 변호사들의 역할을 특별히 살피기도 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였다. 변호사 중의 한 명이 주심재판관과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변호사는 대학시절부터 천재로 알려지고 법관 경력도 주심재판관보다 많았다. 그래서인지 재판관을 향해 변론을 하는 그의 모습은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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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한승헌 변호사 “두고두고 후회될 거 같았어”

    변호사회관의 로비에는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구호가 매달려 있다. 변호사의 소명을 알려주는 글귀다. 회관 앞에는 조영래 변호사의 동상이 있다. 그는 분신자살한 노동자 전태일에 대한 글을 써서 세상에 알린 사람이었다. 한동안 주간지인 <일요신문>에 ‘사건과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변호사 선배인 한승헌씨의 뒤를 이어 그 코너를 맡았었다. 한승헌 변호사는 독재정권 시절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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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이런 판사들이 있어 세상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오랫동안 법관 생활을 한 친구가 바닷가 나의 집을 찾아왔다. 반듯한 성격을 가진 그와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같이 다녔다. 일선에서 물러났는데도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영장을 발부하는데 담당 법관이 왜 그렇게 고민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끄는지 몰라. 소신껏 당당하게 해야지” 그는 후배 법관들의 태도를 답답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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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올리비아 핫세도 73세로 하늘로..노인들의 마지막 소망은?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에게 들은 이런 얘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평창동에서 손님을 태웠죠. 뚱뚱한 데 덩치가 크고 튼튼해 보였어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부인에게 전화를 걸고 나더니 주먹으로 가슴을 몇 번 치더라구요. 잠시 후 창문쪽으로 고개를 떨어 뜨리더라구요. 등산하고 내려와서 잠이 든 줄 알았죠. 수유역까지 가서 내리시라고 했더니 가만있는 거예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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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2024년 세모, 모닥불처럼 훈훈한 이야기들

    동해에 내려와 산 지 3년이 흘렀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오래된 어떤 따뜻함이다. 얼마 전 내가 자주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 중국음식점 주인이 감을 한 상자 어깨에 메고 끙끙대며 나의 집을 찾아왔다. 진종일 감나무에서 딴 것 중 일부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걸 홍시로 만들어 저녁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음식점 주인은 서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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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대통령이 왕인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무력화되고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다.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모습은 당당한 패장이 아니고 그냥 굴에 틀어 박혀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대통령 직속 조직에서 일한 적이 있다. 대통령 가까이서 그 이면을 볼 수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왕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석에서 왕 앞에 있는 국무위원들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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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일류 정치지도자가 나타나면 좋겠다”

    정치공작·꼼수·거짓말 일삼는 사람은 안돼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나라는 지금 심리적으로 내전 상태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실제 전쟁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군인들을 국회로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의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 백오십분의 전쟁에서 시민과 국회가 승리했다. 탄핵소추안이 오르고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끊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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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그분한테서 온 ‘시간’이란 선물

    나는 변호사를 시간을 파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무진장인 것 같았다. 시간은 돈 같이 저장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강물같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이었다. 아껴도 묶어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 공짜로 인심이나 쓰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아버지 나이이던 스승 변호사의 행동은 달랐다. 내가 젊었던 시절은 도제식으로 변호사 업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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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전두환과 윤석열, 어떻게 다른가…”책임은 구체적·실제적으로 지는 것”

    나는 28년 전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 반란을 재판하는 법정에 있었다. 검사가 전두환 피고인에게 물었다. “전두환 피고인 12월12일 병력을 동원했는데 무슨 목적이었습니까?” “합동수사본부장으로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의 공범혐의가 있는 육군 참모총장을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막강한 계엄사령관이었는데 어떻습니까? 다른 보신책을 강구해 놓았습니까?” “검사님은 상대방이 강할 경우 보신책을 강구하면서 수사합니까? 저는 원래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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