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 사회

    [JMS정명석의 기억②] 용감한 제보자와 지혜로운 기자

    광화문의 코리아나호텔 레스트랑에서 시사잡지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과 우종창 기자를 만나고 있었다. 평소 내가 사회적 고발이 필요한 사건을 맡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였다. 우 기자는 특종을 많이 한 저돌적인 기자였다. “우리 잡지가 쓸 재미있는 사건이 있어요?” 조갑제 사장이 물었다. “요즈음 특이한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주가 어떤 사람인데요?”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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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의 촌철] 강릉 강풍 속 ‘젊은 노인’과의 대화

    심한 강풍이 불고 있었다. 밭에 있는 창고건물의 양철지붕이 날아와 도로 위에 떨어져 있었다. 내가 탄 세보레스파크는 휘청거리면서 간신히 가고 있었다. 바다가 여기저기 부풀어 오르고 그 위에서 흰 물결이 들끓고 있었다. 강릉에서는 강풍을 타고 불이 붙어 주택이 100채가 탔다고 뉴스가 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내가 묵는 주위가 온통 산불로 붉게 물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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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의 촌철] 서울법대 출신 JMS변호사

    수많은 여신도를 성폭행한 컬트 집단의 교주 얘기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 야동 같은 지저분한 동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일부 방송 인터뷰에서 지성인층에도 그 집단의 신도가 많다는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나는 변호사로서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몇 년간 법정투쟁을 했다. 나는 방송이나 그 집단과 오랜 투쟁을 해온 그 집단에서 나온 사람들과는 시각을 달리한다. 직접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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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MS정명석의 기억①] “신의 모습으로 위장, 인간 영혼 갈기갈기 찢어”

    2004년 싸늘한 냉기가 돌던 봄날 저녁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여덟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 앵커가 방송인 특유의 높은 톤으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한 신흥종교단체에서 탈퇴하려 했던 20대 여성이 납치당했습니다. 이 여성은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종교단체에서 겪은 일을 조심스럽게 털어놨습니다. 대전방송 김상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잠시 후 마이크를 든 기자의 모습이 보이고 뒤에는 산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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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촌철] 법에 무슨 영혼이 있어요?

    넓은 초원에 깊은 구덩이가 있다. 그곳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 외롭고 춥고 어둡고 아무도 구해주는 사람이 없다. 변호사란 직업은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가다 절망의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년이 훨씬 넘은 그에 대한 메모를 보았다. 머리의 깊은 곳에서 그에 대한 기억이 안개처럼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그는 작은 가게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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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의 촌철] 목욕탕 때 미는 분이 말했다. “노동이 기도고 수행입니다”

    마곡사 경찰관의 전화 20년 전의 그는 지금 70대 중반의 노인일 것이다. 절망했던 그는 지금 그때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날 밤늦은 시각에 갑자기 나의 전화벨이 울렸다. “엄변호사십니까? 여기는 공주 마곡사 경내의 파출소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근무하는 박경사입니다.” 중년의 남자 목소리였다. 그곳 경찰관이 내게 전화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요?” 나는 의아했다. “마곡사 뒤의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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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촌철] 가짜뉴스와 쓰레기글 더미 속 ‘좋은 글’이란?

    나는 매일 아침 좋은 글들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린다. 인터넷에서 가짜뉴스와 쓰레기 같은 글들이 범람하고 시궁창 같은 악취가 피어오른다. 한 인간을 처절히 짓밟는 글들을 볼 때면 굶주린 하이에나 떼가 짐승을 산 채로 찢어 먹는 광경이 겹쳐진다. 그런 글들은 왜 쓰여 지는 것일까. 겉껍데기와 찰나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본질을 외면하는 글들이다. 나는 가을국화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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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엄상익의 촌철] 대통령의 손자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신문지면을 거의 다 차지하던 30년 전쯤이었다. 어느 날 저녁 대통령의 아들이 조용히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전에 친구 소개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광화문 뒷골목의 허름한 식당에서 감자탕을 안주로 그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대통령의 아들인 그는 사람들이 술을 산다고 하면 꼭 호화스런 룸살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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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이어령 교수의 ‘눈물 한 방울’

    몇몇 고교 선배들과 만나는 모임에서였다. 선배 한분이 이런 말을 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이어령 교수였어. 아직 20대의 천재 선생이 칠판에 두보의 시를 써 놓고 해설을 하는데 황홀했었지.” 경기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이어령 교수는 대학으로 옮겨 교수가 되고 대한민국의 지성의 아이콘이 됐다. 그리고 작년 돌아가셨다. 말하던 그 선배가 덧붙였다. “그분은 낮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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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촌철] 고품격 영혼의 즐거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다가 하나를 배웠다. 70대인 그는 어떤 일을 마주칠 때 ‘이게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인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상큼한 기준이었다. 앞으로는 그걸 기준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점검해 보았다. 매일 기도를 하고 성경을 보고 글을 써 왔다. 그게 즐거운 것인지 의무나 습성으로 잡혀서 하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기도와 성경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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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감사일기②] 군 시절 늪에서 나를 건져준 선배가 꿈에

    짤막한 꿈 속이었다. 오래 전에 죽은 그가 나타났다. 곱게 다듬은 잔디같이 짧은 머리였다. 두툼한 볼살의 각진 턱이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인사했다. 그에게 큰 신세를 졌고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았다. 그는 인자한 얼굴로 나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왜 오래 전에 죽은 그가 뜬금없이 나에게 나타난 것일까. 옛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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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촌철] 돈황 가는 길 만난 ‘인연들’

    나는 갑자기 돈황을 가보고 싶었다. 당의 현장법사와 신라의 고승 혜초가 진리를 얻는 과정에서 그곳에 묵었었다. 그들의 영혼이 수도했던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는 굴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메마른 사막도 보고 싶었다. 현장법사는 기행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 봐도 인적은 물론이고 날짐승도 보이지 않는 망망한 천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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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엄상익의 촌철] ‘수모일기’ 속 분노와 어리석음을 깨닫다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변호사 수첩’과 ‘수모 일기’를 만들었다. 변호사 수첩은 내가 만난 사람이 한 말의 내용을 듣고 자세히 메모한 것이다. 사건내용과 함께 그의 삶과 생각, 재판정 풍경 등을 메모했다. 판사의 표정과 태도 말들도 적었다. 따로 만든 ‘수모 일기’는 참을성이 없는 내가 인내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어느 분야나 속칭 ‘진상’이라는 존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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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감사일기①] “감사하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리니”

    밤이 되면 달빛에 동해의 검은 바다가 번쩍거린다. 바다의 검정보다 더 깊은 검은 산자락이 양쪽에서 바다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짙고 옅은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차디찬 겨울 밤바다 위의 오징어잡이 배의 외로운 불빛이 파도에 떨고 있다. 노년에 맞이하는 적막한 밤이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창가에 놓인 작은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시간의 벽을 두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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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엄상익의 촌철] 팔자 고치는 법

    변호사는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일을 해 주면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애환과 억울함을 들어주기도 하고 감옥에 찾아가 줄 수도 있다. 휘청거리는 사람을 부축하면서 그가 통과하는 어두운 터널을 함께 해 줄 수도 있다. 내가 아는 가난한 시인을 대리해서 소송을 해 주고 있었다. 내 경우는 애틋한 사연들을 글로 써서 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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