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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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익숙해진 고독은 ‘당당한 있음’이다”

    “혼자 지내도 기쁘고, 할 일도 많다” 중학교 3학년 봄 나는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학생으로서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학교 게시판에는 두 종류의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최고 성적을 낸 우등생의 탄생이었다. 다른 하나는 최고의 나쁜 학생을 알리는 처벌의 발표였다. 나는 극형에 처해진 셈이었다. 무기정학 처분이 풀릴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면서 반성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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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결벽증일까?…젊은날 진 빚, 늙어서 갚으려는데

    한동안 탑골공원 뒷쪽 골목 길바닥에 작은 상을 하나 놓고 지나가는 노숙자나 노인들을 상대로 법률상담을 한 적이 있다. 삶의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상황과 그 의식을 알고 싶기도 했다. 공원 벽을 끼고 파라솔을 하나 펴놓고 점을 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나 할까. 머리가 더부룩한 노숙자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은행에서 개인대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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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자신에게 맞는 재미

    동창회 밴드를 통해 고교동기들의 사진과 활동들이 소개되고 있다. 친구들끼리 모여 당구도 치고 바둑을 두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게 끝나면 음식점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옛시절 얘기를 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즐거운 모습이다. 혼자 서민 아파트에서 무료하게 사는 노인을 봤다. 만날 친구도 없고 찾아갈 곳도 없다. 방에서 혼자 책을 들고 바둑판 위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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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50년만에 한국땅에 돌아온 노인의 제언

    “민족이라는 거 의미 없어” 내가 묵고 있는 바닷가 실버타운에는 수십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역이민을 온 노인들이 많다. 나의 소년시절 관념으로 그들은 선택된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 시절 내게 미국은 천국이었다. 내가 사는 한국은 판자집들이 야산에 다닥다닥 붙어있고 거지들이 들끓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초등학교 시절 삼류극장에서 본 미국영화의 광경은 놀라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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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눈

    차디찬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파도가 흰 거품을 뿌걱뿌걱 품어내면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 바다를 끼고 지나가는 해안로의 잎 진 가로수도 축축하게 젖어 있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노동을 한다. 내가 살 예정인 해파랑길 앞에 있는 낡은 집을 인부 두 명과 고치고 있다. 인부 중 한 명은 미장, 보조는 일용잡부인 러시아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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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한센병 노인과 아들…”사랑은 모든 걸 고칠 수 있다”

    종일 비가 쏟아지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성난 파도가 하얗게 들끓으면서 몰려와 바위를 때리고 절벽 위로 치솟아 오른다. 나는 바닷가를 걷다가 찻집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내면의 깊은 의식 속에서 어떤 것이 떠오를까 기다려 본다. 때로 어떤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한번 스친 사람들이 뜬금없이 마음속으로 쳐들어오기도 한다. 그 한순간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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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욕쟁이 노인들의 속 마음

    “시발 시발 우리의 택시 씨발” 같은 실버타운에 있는 육군 대령 출신인 팔십대 노인이 화가 가득 나서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식당의 뒷자리에 있는 영감하고 싸웠어. 우리 집사람이 말을 하는데 뒤에서 시끄럽다고 하면서 말 끝에 ‘씨발’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욕을 하느냐고 했더니 ‘내가 언제 욕을 했어?’라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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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웰 다잉 어떻게 하시려구요?”

    대학동기인 친구가 묵호역 근처에 방을 얻어 한 달 살아보기를 실행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을 가족과 회사에 매여 살다가 칠십 고개를 넘으면서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은 것 같다. 그와 만나 점심을 함께하면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 “엊그제는 마을 구석에서 잠시 여는 새벽장에서 염장한 다시마를 샀어. 물에 담궈 소금기를 빼고 반찬으로 먹어 보라는 거야. 냄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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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여행길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

    바닷가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창문은 짙은 어둠에 젖어 검은색 거울이 된다. 그 거울에 백발의 한 노인이 보인다. 돋보기를 코에 걸치고 있다. 나의 모습이다. 아직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오래 전 메모들을 들추어 보고 있다. 한밤 중에 소가 낮에 먹은 것들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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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위대한 코미디언들···구봉서·김희갑·배삼룡…

    우리 세대가 어리던 시절 어른인 그를 ‘막둥이’라고 놀리듯이 불렀다. 희극배우로 불리던 그는 영화 속에서 항상 모자라는 인간이었다. 단체행진을 할 때 남들이 ‘좌향좌’ 할 때 혼자서만 ‘우향우’하고 걸어갔다. 눈알이 굴러나올 듯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한 가운데로 몰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볼에 바람을 가득 넣어 얼굴을 풍선같이 부풀려 사람들을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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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두 가지 평화

    변호사를 처음 할 때 스승 같던 변호사가 있었다. 친구의 아버지였다. 평생 변호사를 해 온 그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변호사는 말이야 사건을 맡은 의뢰인의 형이 선고되기 전날 밤 마음 졸이는 고통만 해도 받은 돈 값은 다해주는 것 같아” 결과를 놓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나 재산을 다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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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의 시선] “아이들을 왜 학교 보내고 공부 시키는 것일까?”

    일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봤다. 고등학교의 교실 권력은 주먹과 조직에서 나오고 있다. 패거리를 만든 아이들이 약한 아이들을 지배한다. 여자아이들이 속칭 ‘짱’을 선망한다. 동물 세계와 비슷하다. 소년 시절은 나도 싸움을 잘하고 싶었다. 그 시절 일류 중학교에 다니는 친척 형이 있었다. 그 형이 사는 산동네 판자 집에 갔을 때 비좁은 마당에 샌드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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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역사의 진실’과 ‘교과서의 서술’

    3.1운동 당시의 재판기록을 읽은 적이 있다. 민족 지도자들이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 있었다. 그들을 변호하기 위해 일본인 변호사도 있었다. 일본인 판사와 친하다는 변호사였다. 일본인 재판장이 3.1운동의 대표인 손병희 선생에게 물었다.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10년 전 한일합병을 찬성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일등국과 합병을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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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정욕…”도망가지 말고 무릎 꿇고 참회하라”

    대통령을 꿈꾸던 도지사의 여비서가 어느 날 방송에 나와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 순간 그의 꿈은 무너져 내렸다. 서울특별시장의 여비서가 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하려고 준비했다. 그 말이 전해지자 시장은 쫓기듯 도망을 간 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나하나 쌓아온 성벽이 일순간에 붕괴됐다. 대통령후보로 나선 야당 대표와의 성관계를 폭로한 여배우도 있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제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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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익 칼럼] ‘변호사’인 내가 만들어 파는 것

    골드코스트에서 잡화가게를 하는 영감이 있었다. 뒤늦게 이민을 가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상인에게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자기가 파는 물건에 대한 사랑이죠. 내가 물건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겠어요? 저는 새벽부터 틈만 나면 물건들을 하나하나 먼지 한 점 없게 닦고 돌보았어요.” 그 말을 들으니까 어린 시절 동네 가게 앞에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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