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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새날을 맞는 기도’ 최명숙
눈 속을 걸어온 당신의 미소가 온 누리에 사랑의 빛으로 빛나는 새날의 아침입니다. 당신의 혜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을 더욱 초롱 하게 하고 당신의 지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어디서든 고요를 간직하게 하며 당신의 따뜻한 눈빛과 손이 가슴이 시린 사람들에게 항상 머물게 하소서. 당신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들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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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아시아장애인, ‘장벽’ 넘어 ‘문학’으로 하나되다
2017년부터 아시아장애인들 각국 언어로 공동시집 미얀마·베트남·일본·인도네시아·몽골·한국 등 40여명 장애를 갖고 세상 살아가는 일은 크든 작든 녹록치 않다. 장애인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딜 가든지 넘기 힘든 장애물이 많고, 수시로 다가오는 일상의 걸림은 앞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특히 외국여행을 하거나, 다른 나라 장애인들과 교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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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목어’ 최명숙
눈을 떠야지 녹녹지 않은 세상이 수만리 밖까지 깜깜해도 여명을 보아야지 바다를 지나던 스승이 물고기가 된 제자의 몸을 벗게 하고 등에 자란 나무, 그 몸에서 다시 태어난 몸 밤낮으로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어 몸이 다 닳도록 정진해야 하는 때문이지 깨어나 자유로이 일어나 허공을 헤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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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한 사람이 걸어온다’ 최명숙
한 사람이 온다. 한 사람이 다가왔다. 구름사이 빗살무늬 햇살아래 금빛 은행나무 길을 지나 가을 길을 걸어왔다. 투명하게 퍼지는 푸른 빛깔 종소리 낙엽 쌓인 성당의 돌담길을 따라 해묵은 기억의 잔영들이 피어있고 종탐위로 뻗은 담쟁이덩굴의 붉은 잎보다 더 붉은 사랑. 죽는 날까지 떨어지는 가을빛을 견디며 손을 잡아주며 옷깃을 여며주고 내 가슴을 묻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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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그대를 보면’ 최명숙
그대를 보면 콧등 싸하니 아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아귀타툼 속 힘든 하루를 마치고 저녁달빛 등에 지고 가는 뒷모습에 상심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가에 쓸쓸함이 깃든 그대에게 웃음이라도 들려주고 싶었지만 그대의 긴 그림자처럼 어둠에 갇혀 사는 슬픔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날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곁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곁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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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명숙의 몽골기행] 누구도 달려가지 않은 평원에 서서
[아시아엔=최명숙 시인, ‘보리수 아래’ 대표] 지평선 아득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 여행자의 긴 여정에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어 석양의 빛 아래 달리는 말들의 귀향을 오랫동안 멀리 바라보았다 허허한 바람 앞에 섰는 어워의 깃발은 가야 할 길의 이정표처럼 펄럭인다. 내가 던진 삶의 한 조각을 받아안으며… 그러다가 태를지 평원의 가운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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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번 버스’ 최명숙
순천 아랫장이 서는 날의 1번 버스는 촌노인들의 임대버스다 딸딸이와 큰 고무다라 지팡이를 짚은 느림보 어르신 줄선 승객을 태우는 버스는 만원이다 모자를 눌러쓴 두 여인이 아랫장이 유명하다고 나오는 길에 국밥 말아먹고 가면 좋겠다고 하면서 웃을 때 선암사 가는 버스냐고 물으며 젊은이도 탔다. 운전기사는 자리에 얼릉 앉으쇼이, 손잡이 잘 잡으쇼이 라고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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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오늘의 시] ‘오월 갑사에서’ 최명숙
황매화 오솔길의 갑사를 걷는다 노랗게 진 꽃잎 위에 뿌려진 동박새의 노래로 푸른 성장을 앞둔 갈참나무의 그늘을 따라 오른다 앞서간 이들은 두 마리 용이 들고 있는 동종 앞 우물가에서 구척장신의 기인의 괴목전설과 우보살의 전설로 목을 축이고 바람결에 팔랑이는 연등은 어깨를 툭툭 치며 하늘로 가잔다 햇살에 나와 앉아 있는 비로자나부처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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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명숙의 시와 음악] ‘눈 오는 마을’
눈 오는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참 아늑하다. 내리는 눈이 들길의 고요를 싸락싸락 덮어도 빈 정거장에 내려 서성이는 사람의 마음을 덮지는 않았다. 마을이 거기 있지 않고서야 그 길 위의 그 곳에 정거장이 섰을까? 눈싸움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덜컹거리는 차창에 와 어리고 절터만 남은 자리에 덩그마니 서있는 돌부처가 온 길을 묻는다. 버스에서 내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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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섣달 그믐의 저녁 단상’ 최명숙
섣달 그믐밤의 어둠이 깊다 창가에는 아직 마른 국화꽃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시 한편이 놓여 있다 한 살을 더할 인생의 나이테를 단단히 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맺을 일년의 저녁 본래의 작은 나를 돌아본다 비록 작은 나였을지라도 여리고 착한 이들과 더불어 온 날들은 살만한 날이었다. 서로에게 눈과 귀, 다리가 되어 동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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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특별기고] 전국 사찰 88곳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해 보니
우리의 사회환경이 ‘장애인등편의법’(정식명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편의시설의 의무 설치 등 장애인을 배려하는 구조로 바뀜에 따라 사찰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사회에는 아직도 “사찰은 편의시설 등을 갖추지 않아 불편하고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인식이 커 장애인의 불교 접근성이 제한받고 있다. 많은 사찰이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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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명숙의 시와 음악] 아버지와 어머니
작은 가방을 들고 자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노신사를 보며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막내가 첫 월급을 타서 사드린 가방에 문고판 책 한 권과 디카를 넣고 다니는 아버지는 당신의 세상을 찍어 저장했다 인터넷 속 위성지도로 태어난 고향집 근처를 찾아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날마다 아버지의 새로운 세상처럼 말씀하셨다 친구 문병 갔던 병원의 암병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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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2 추석 리뷰④] 최명숙 시인, 고향 춘천을 추억하다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태풍이 지나간 가을 풍광이 어떤 느낌이신지요? <아시아엔>은 페이스북에 나타난 글과 사진을 통해 2022년 추석을 리뷰하면서 올 가을 평화와 풍요를 함께 기원합니다. <편집자> 형제들이 다함께 고향의 부모님을 뵈러 갔다. 막내동생의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두 분 다 생전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맘이 컸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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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최명숙의 시와 사진] ‘나무와 풀꽃’···”숲길에서 사계절이 지나서야”
숲길을 처음 걸을 때는 알지 못했다. 나무는 나무끼리 어깨를 맞대고 풀꽃은 풀꽃끼리 도란거리며 숲에서 자라는 줄 알았다. 나무는 넓은 가지와 잎으로 겨울 추위와 비바람을 막아 풀꽃이 꽃을 피우게 하고 풀꽃은 땅에 납작 엎드려 억수 같은 빗물에 흙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 나무 뿌리가 땅 깊이 내린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무 그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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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명숙의 시와 사진] 나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고착화시킨 편견
친구야! 장애에 대하여 굳이 설명하려 들지마라.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란 걸 잘 알지 않는가 장애를 알지 못해 생기는 편견, 장애를 잘 안다고 하면서 혼자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고착화시킨 편견, 그것들은 우리를 때로 슬프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지. 자네나 나나 느끼는 정도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 그에 앞서 스스로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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