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가 발행한 「러시아·CIS 브리프」를 바탕으로 2026년 5월 주요 동향을 정리했습니다. 5월 한 달 동안 한·러 관계는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신중한 기조가 이어진 반면, 기업·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는 교류 재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상표 등록 확대와 교육·콘텐츠 협력은 향후 양국 관계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됩니다. <편집자>
① 한국 기업들, 러시아 시장 복귀 신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색된 한·러 관계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연방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LG전자는 5월 초 러시아에서 OLED·QNED·스마트TV 제품군과 관련된 인공지능(AI) 상표 11건을 출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엘란트라(Elantra)’와 ‘현대 마이티(Hyundai Mighty)’ 상표를 등록했으며, 제네시스도 GT60·GT70·GT90 등 차량 관련 상표 15건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특허청은 외국 기업들이 당장 시장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브랜드 권리와 시장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표 등록과 갱신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와일드베리즈(Wildberries)는 한국산 제품 판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K-뷰티를 넘어 다양한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② 과학기술 협력은 계속된다
정치적 갈등과 별개로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한·러 협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ITMO대학과 한국 연구진은 반도체 내 엑시톤 전류를 기존보다 최대 80배까지 증폭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차세대 데이터 전송 기술과 AI 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제26회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APhO)에서는 러시아 대표단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4개를 획득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자국 과학기술 교육 역량의 성과로 평가했다.
한편 인천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는 러시아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야나 예고리안이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러시아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중립국 자격으로 출전하고 있다.
③ 교육·문화 교류 재개 조짐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는 양국 간 교류 회복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국교육원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한·러 학교 간 교류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한국과 러시아 학교 10곳이 온라인 국제교류 협약을 체결했으며, 학생 상호 방문 프로그램도 추진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가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러시아비즈니스센터와 모스크바 창조산업진흥원(ACI)은 게임·애니메이션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공동 사업 발굴과 기업 교류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역시 러시아 내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는 푸시킨 문학상 후원과 문화예술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양국 간 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러시아의 대조국전쟁 승전 기념행사인 ‘불멸의 연대’ 행진과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행사에는 재한 러시아인과 한국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④ 외교·안보는 여전히 신중
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카자흐스탄을 찾았지만 대통령실은 러시아 측과 별도 접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북한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와 관련한 일부 의혹에 대해서도 공개 반박에 나섰다. 러시아 측은 해당 야영소가 한반도 안보 문제와 무관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비판을 일축했다.
이 같은 사례는 현재 한·러 관계가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제한적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차원의 교류는 별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5월의 한줄 평가
“정치는 멈춰 있지만, 민간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5월의 한·러 관계는 냉각과 연결이 공존한 시기였다. 정부 간 관계는 여전히 경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과학·교육·문화 영역에서는 미래 협력을 위한 연결고리가 조금씩 복원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상표 등록 확대와 교육·콘텐츠 교류 재개는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한·러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기반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