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슬라이드남아시아

스리랑카 내전 종식 17년, 끝나지 않은 갈등

스리랑카 내전 종식 15주년을 맞이한 2024년 5월 1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정부군과 LTTE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물리바이칼에서 유가족들이 내전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이 기사는 아시아엔 다국어판 플랫폼을 통해 공유됩니다.

[아시아엔=레오 니로샤 다르샨, 익스프레스뉴스 에디터] 2009년 5월, 30여년에 걸친 스리랑카 내전이 종식됐다. 1980년대 안보 정책을 주도했던 라리트 아툴라트무달리와 같은 정치인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지원을 업고도 끝내 이루지 못했던 목표였다. 2009년 당시 마힌다 라자팍사 정부는 물리바이칼 전투를 끝으로 오랜 투쟁을 매듭지었다.

2009년 초부터 스리랑카 정부군은 분리주의 반군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광대한 바니 지역을 잃었던 LTTE는 물리바이칼의 황무지와 난티카달 석호 사이의 좁은 땅까지 내몰렸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 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마지막 공세를 감행했다. 2009년 5월 17일에서 18일로 넘어가는 하루 동안 난티카달은 죽음의 계곡으로 변했다. 민간인 수만 명이 안전지대에 몸을 숨긴 가운데, 포격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2009년 5월 19일 아침,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스리랑카는 테러리즘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군 당국은 LTTE 지도자인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의 시신이 난티카달 강변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언론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은 그의 사진을 앞다퉈 보도했다.

30년 동안 스리랑카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수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직의 근간이었던 타밀 사회에는 충격에 빠졌고, 반대편이었던 스리랑카 남부는 환희로 가득 찼다.

과거 실패 반면교사…주변국까지 총동원한 ‘완전한 섬멸’

당시 마힌다 라자팍사 정부가 채택한 전략은 1980년대 라리트 아툴라트무달리가 주도했던 강경 노선과 닮은 듯하면서도 달랐다. 과거 아툴라트무달리가 “테러리스트만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2009년도의 공세 역시 ‘민간인 사상자 제로’를 표방했다.

그러나 난티카달 일대에 널린 시신들과 투항자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 그리고 수천 명의 실종 사건은 어두운 현실을 암시한다. 아툴라트무달리가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이스라엘 모사드의 지원에 기댔다면, 라자팍사는 중국·인도·파키스탄·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의 군사·외교적 지원을 동원해 ‘완전한 섬멸’을 목표로 삼았다.

프라바카란의 사망은 스리랑카 정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남부 싱할라계 사회는 마힌다 라자팍사를 ‘현대의 두투게무누’(타밀을 물리친 고대 싱할라 왕)라 추앙했다. 이는 라자팍사 가문이 권력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면 LTTE의 패배는 타밀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 상실과 민주주의 약화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강경파였던 라리트 아툴라트무달리도 “타밀 족의 기본권은 그 누구도 억누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내전이 종결된 지 17년 흐른 지금까지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그러나 내전 막바지에 벌어진 전쟁범죄와 인권침해 의혹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내전 당시 실종된 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노파 <사진=AP/연합뉴스>

돌아오지 않는 실종자 “국제기관 통해 진상 규명해야”

프라바카란이 사망하고 LTTE도 침묵하면서 그들이 제기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은 미결상태로 남아있다. 스리랑카 북부와 동부 지역은 ‘정상화’ 됐다고 주장하지만, 타밀 주민들의 생존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타밀 단체들은 “고고학 프로젝트, 야생동물 보호, 군사 목적 등을 명분으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정부가 수용하면서 조직적인 인구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부와 동부 지역의 실종자 가족들도 수천 일째 거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의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의무가 아닌 국가의 미래 과제

타밀 정당들은 연방제나 헌법 제13차 개정안의 완전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싱할라계 정당들은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력 조정에 대한 논의 자체가 배신 행위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권역의 강국인 인도가 스리랑카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타밀 사회에서는 “인도가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위한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지도자의 죽음이나 조직의 침묵이 정치적 변화에 대한 외침을 잠재울 수는 없다. 전후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변화를 갈망하는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고 있다. 스리랑카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 갈등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인 의무를 넘어선,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과제다.

아시아엔 영어판: Broken Dreams and Fallen Banners: The End of an Era at Nanthikadal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ڀَورا ٿيل خواب: سريلنڪا جي تامل علائقن ۾ آباديءَ جي تبديليءَ جو خوف – THE AsiaN_Sindhi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레오 니로샤 다르샨(Leo Nirsha Darshan)

스리랑카 익스프레스 뉴스페이퍼 편집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