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노무현 대통령 운전기사 최영씨…이광재 전 강원지사 “고마웠어 내 친구”

이 글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수행기사였던 고(故) 최영씨와의 인연, 그리고 노 전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켰던 그의 충직함과 헌신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수행기사 사이의 깊은 신뢰와 인간적 의리를 통해, 한 시대를 함께했던 사람들의 우정과 책임감을 되새기게 합니다. <편집자>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날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몇 시간에 걸친 면접 끝에 대통령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정치를 모른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 그러시고는 비서실 구성의 전권을 제게 맡기셨습니다. 그 무거운 신뢰 앞에서 저는 망설임 없이 내 친구 최영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이 1988년의 일이었습니다.
최영은 그때부터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청와대를 거쳐 봉하마을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충직하게 대통령 곁을 지켰습니다. 대통령께서 당선인이 되셨을 때도 경호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운전기사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대통령께서 최영에게 보내신 신뢰의 크기였고, 최영이 그 신뢰에 어긋남 없이 살아온 세월의 증거였습니다. 대통령을 태우고 운전할 때면 최영은 룸미러를 늘 거꾸로 돌려놓으며, 대통령께서 차 안에서만큼은 편히 계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족에게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청와대를 떠나 봉하마을로 내려가시던 날, 대통령께서 최영에게 물으셨습니다. “최영, 함께 갈 거지?” 최영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경상도에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답하고 가족을 데리고 봉하로 이사했습니다.
2009년 그 봄. 최영은 검찰에 출두하시던 날 버스를 몰았고, 마지막에 가시는 길까지 함께했습니다. 얼마나 무거운 핸들이었을까. 얼마나 많은 것을 삼키며 그 길을 달렸을까. 대통령이 떠나신 뒤에도 봉하를 지키며 권양숙 여사님을 모셨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잘 헤어지지 않습니다. 헤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는데, 이제 내 친구 최영과 이렇게 헤어집니다. 오는 23일 대통령 17주기를 채 보름도 남기지 않은 날에 내 친구 최영이 떠났습니다. 대통령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최영의 헌신에 재단은 마땅한 예우를 다해 노무현재단장으로 엄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영의 형님께서는 “노 대통령 성품상 이번엔 직접 운전을 하고 동생을 맞아주시지 않겠느냐”고 하셨답니다. 저는 그 말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평생 내 친구에게 핸들을 맡기셨으니, 이번만큼은 당신이 직접 마중 나가실 테지요. 내 친구 최영, 고생 많았네. 이제 편히 쉬게. 고마웠어. 안녕!
최영씨는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1년간 수행비서로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 차를 운전했으며 10일 오전 5시 24분께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2세. 충남 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한양공고 졸업 후 군에서 제대한 뒤 이광재 당시 보좌관의 소개로 1988년부터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기 시작했다. 유족은 부인과 1남1녀(최재식·최주연), 형 최영군씨, 동생 최경미씨 등이 있다. 빈소 국립중앙의료원 305호실, 발인 12일 오전 8시. 02-2262-4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