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학과에서 매월 발간하는 ‘2026년 1월 한·러관계/북·러관계 주요일지’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2026년 1월 한 달간 공개된 북한과 러시아 관련 동향은 양국 관계가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정치·교육·문화 영역까지 구조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둘러싼 상징 정치와 제도화 움직임은 북러 전략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 장병과 가족들을 공개적으로 격려하고 이를 체제 선전의 중심 의제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2026년 신년 행사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부대 지휘관 가족을 만나 격려하고, 해외 작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장병들에게 새해 축전을 보냈다. 그는 파병 군인들을 “조국의 위대한 명예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규정하며,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러시아 파병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직접 건설 현장을 재방문해 점검한 사실도 공개됐다. 이는 파병을 일시적 전술 선택이 아니라 ‘영웅 서사’로 제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투 참여 자체를 국가적 정통성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북한군의 참전을 자국 전쟁 서사 속에 편입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쿠르스크 전투에 참가한 북한군의 ‘영웅적 행위’를 소재로 한 선전 영화 제작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북러 양국이 공동 전쟁 서사를 형성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북한은 러시아의 반파시즘 전쟁 담론을 차용해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 지원을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는 상징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정치적 메시지도 강화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생일 축전을 보내 “무조건 지지, 언제나 함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이후 양국의 밀착이 공고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러 관계는 이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사실상의 준동맹 관계로 평가될 만큼 밀착된 상태다.
군사 영역 외에도 인적·교육 교류 확대가 눈에 띈다. 러시아는 북한 유학생 무상교육 쿼터를 기존 100명에서 170명으로 확대했다. 이는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장기적 인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교육 협력은 향후 과학기술, 산업, 군사 분야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경제·문화 분야에서도 교류 확대 조짐이 나타난다. 러시아 대형 출판사 ‘엑스모’는 한국과 아시아 시장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문화 콘텐츠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또 러시아 투바 공화국 주니어 바둑 대표팀이 한국 국제대회에 참가해 다수의 메달을 획득하는 등 스포츠 교류도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러 관계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동북아 네트워크 확장 속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접점으로 해석된다.
한편 1월에는 한·러 수교와 북방외교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이 별세했으며, 주한 러시아 대사가 공식 애도를 표했다. 이는 과거 한러 관계의 상징적 장면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현재 북러 밀착과 대비되는 외교적 맥락을 떠올리게 한다.
종합하면 1월의 흐름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영웅화’하며 체제 결속의 사상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둘째,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자국 전쟁 서사에 통합하며 전략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셋째, 교육·문화·인적 교류 확대를 통해 관계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이 병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술적 협력이 아니라 ‘전략동맹의 제도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군사 협력의 상징화를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동시에 장기적 협력 기반을 다지는 다층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변수는 국제 제재 환경과 전장 상황, 그리고 양국 내부 정치적 계산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흐름만 놓고 보면 북러 관계는 일시적 접근이 아니라 구조적 결속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군사에서 문화까지 이어지는 연결망 속에서, 북러 전략 연대는 2026년 들어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