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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언론계 큰별’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조선일보’ 중흥기 이끌며 이승만 박정희 바로알기 펼쳐


[아시아엔=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안병훈(安秉勳)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10월 31일 오후 12시 별세했다. 향년 87.

고인은 1965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1984년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2003년 부사장 겸 대표이사로 조선일보를 떠날 때까지 조선일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언론인으로 기억된다. 특히 조선일보 편집인 시절인 1995년 ‘이승만과 나라 세우기’ 전을 개최해, 그때까지만 해도 ‘4·19로 쫓겨난 독재자’로만 인식되던 이승만 대통령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든 것은 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직접 고인을 모시고 일할 기회가 없었던 필자는 그 시절의 고인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고인의 모습은 조선일보를 그만둔 후, 출판사 기파랑을 세워 출판인으로 활약할 때의 모습이다.

고인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좌경화되었다고 생각, 퇴직금을 털어서 2005년 출판사 기파랑을 세웠다. 기파랑은 신라의 승려 충담사가 향가 ‘찬기파랑가’에서 찬양했던 화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어두운 구름을 헤치고 나와 세상을 비추는 달의 강인함, 끝 간 데 없이 뻗어 나간 시냇물의 영원함, 그리고 겨울 찬 서리 이겨 내고 늘 푸른 빛 잃지 않는 잣나무의 불변함’을 출판사의 정신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내가 고인을 각별히 존경했던 것도 그런 점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총장, 검찰총장, 각군 참모총장, 대법관 등 각 분야에서 정상까지 올라간 이들 중에서는 물러난 후에도 또 다른 ‘자리’를 찾아 기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언론계도 다르지 않아서 큰 신문사 편집국장이나 방송사 보도본부장, 사장 등을 하고서도 장관 자리나 금배지를 따라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고인은 조선일보에 재직할 당시 이런저런 자리 제안들을 물리쳤던 것은 물론이고, 조선일보를 그만둔 후에도 좌경화된 출판시장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출판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다는 인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캠프 좌장 역할을 맡았고, 그 때문에 ‘7인회’니 하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대선 이후에는 다시 ‘기파랑 사장’으로 돌아갔다. 부인 박정자 교수 말처럼 안병훈 부사장은 ‘순수한 꿈을 좇던 영원한 소년’이었다.

<건국과 부국>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박정희 전집>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 <보수와 진보들도 몰랐던 건국 대통령의 삶과 죽음> <대한민국 이야기>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박정희가 옳았다> <역사의 오른편, 옳은 편> <권위주의적 순간> <미국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3층 서기실의 암호> <유주의자 레이몽 아롱> <모든 사회의 기초는 보수다>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 등…기파랑의 도서목록이다.

필자도 미력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기파랑의 책들을 <월간조선>을 통해 열심히 소개했다. 고인과 부인 박정자 교수는 그걸 무척 고마워하면서 무명 소졸에 불과한 나를 ‘이념전쟁의 동지’로 여겨주셨다.

고인은 <월간조선>도 무척 아꼈다. 편집장이 바뀌면 신임 편집장을 비롯한 기자들에게 저녁을 샀다. 호주가였던 고인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기에 급급한 자리였지만, 내게는 그 자리가 “자네들, <월간조선>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잡지, 보수의 정통을 이어가는 잡지라는 걸 잊으면 안 돼!”라고 무언(無言)의 교훈을 주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아쉽게도 내가 편집장이 됐을 때에는 이미 고인의 건강이 많이 나빠진 후여서 그런 자리를 갖지 못했다.

언론계의 큰별이셨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을 사랑한 애국자셨다. 나라의 큰 어른이셨다. 건강 때문에 요양원에 들어가 계시다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이 어려운 시절에, 이 땅 어딘가에 그 어른이 계시다’는 생각만으로도 의지가 되던 분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늘에서도 이 나라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안병훈조선일보, #기파랑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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