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신앙을 탐구한 영적 대서사시입니다.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 시작해 청년기의 방황, 마니교와 철학의 영향, 그리고 회심과 세례, 어머니 모니카와의 이별을 거쳐, 마지막에는 시간과 창조, 삼위일체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그의 삶과 사상을 따라가며, 인간의 연약함과 은총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줄 것입니다. <편집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 제2권에서 자신의 청소년기를 “내 생애에서 가장 죄 많고 어두운 시절”이라 회상한다. 그는 열여섯에서 열일곱 무렵, 학업을 위해 고향 타가스테를 떠나 카르타고로 가기 전, 이미 방탕과 허영으로 가득한 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한다.
그가 이 시기를 특별히 어둡다고 여긴 이유는 단순히 욕망에 끌려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한 본성을 거스르며, 사랑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른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느님이 주신 순수한 애정은 육체적 쾌락에 휘둘렸고, 그로 인해 영혼은 점점 더 메말랐다.
성적 쾌락과 방탕한 청년기
아우구스티누스는 카르타고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 이미 정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내 안에서 타오르던 욕망은 내 나이를 넘어섰다”고 썼다. 단순한 사춘기의 호기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완전히 내맡겨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 것이다.
그는 결혼하지 않은 여인과 동거를 시작했고, 이는 무려 15년간 이어졌다. 그 사이 아들 아데오다투스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동거는 기독교의 가르침뿐 아니라 당시 사회적 규범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는 그 관계를 사랑이라 불렀지만, 사실은 욕망에 근거한 결합이었다고 훗날 고백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적 방탕을 단순히 윤리적 일탈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방향을 결정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사랑이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육체적 쾌락을 향할 때, 인간은 본래의 목적을 잃는다는 것이다.
배나무 사건-죄의 본질을 드러낸 일화
제2권의 하이라이트는 ‘배나무 사건’이다. 어느 날 그는 친구들과 함께 과수원에서 배를 훔쳤다. 그 배는 맛도 없었고, 집에 더 좋은 배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훔친 배를 먹지도 않고 길가에 버렸다. 문제는 배가 아니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사건에서 죄의 본질을 발견했다. 그는 고백한다. “나는 나쁜 짓을 사랑했노라.” 그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금지된 것을 어김으로써 쾌감을 느꼈다. 죄는 대상이 아니라, 죄 자체를 즐기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었다.
이 배나무 사건은 단순한 소년의 장난이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여기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보았다. 그는 선을 흉내 내려는 욕망이 비틀려 나타난 것이 악이라고 설명한다. 힘과 자유, 쾌락을 원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속성을 흉내 내는 그림자일 뿐이다.
악은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
아우구스티누스는 배나무 사건을 깊이 묵상하며 악의 본질에 대한 신학적 결론에 이른다. 악은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privatio boni)이다. 원래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은 모두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가 그 선을 거부하고, 뒤틀린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악이 발생한다.
배를 훔친 것은 단순한 물질적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였다. 그는 자기 안에서 일어난 이 왜곡된 의지를 통렬히 고백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훗날 그가 신학자로서 악과 자유의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사유하는 기초가 되었다.
청년기의 방황과 신학적 성찰
아우구스티누스는 청소년기의 방탕을 단순한 도덕적 실패로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에 대한 보편적 교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나는 악을 위해 악을 택했다”고 고백하면서, 인간 의지가 얼마나 연약한지, 은총 없이는 선을 행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이 고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현대 사회에서 범죄와 부패, 쾌락주의는 종종 외적 유혹 탓으로 돌려진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유혹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안의 의지라고 지적한다. 죄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즐거움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죄와 은총 사이의 긴장
제2권은 인간의 연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은총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배나무 사건을 기억하며,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더욱 깊이 빠졌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죄의 고백은 단순히 자기 비하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향한 갈망의 표현이다.
그는 어린 시절의 죄와 청년기의 방탕을 통해 인간 본성이 얼마나 하느님을 떠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바로 그 고백을 통해, 은총 없이는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점차 회심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간다.
<고백록> 제2권은 단순한 청년기의 일탈을 넘어, 인간 의지와 죄, 악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배나무 사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는 상징적 이야기로, 죄의 기원을 탐구하는 모든 독자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나쁜 짓을 사랑했다. 내가 즐긴 것은 단지 악 그 자체였다.” 이 냉혹한 자기 고백은 우리에게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연약하며, 동시에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선을 선택할 수 없음을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