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택시장의 절대 강자인 아파트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 그러나 초고층·디지털화 일변도의 아파트 이면에는 재건축을 앞둔 경우 운영설비를 방치하고 있어 노후화와 슬럼화 우려가 짙다. 인구 감소, 주택 과잉 공급 속에 빈집 문제는 이미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탄소중립은 기존 건물에서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빌딩 자동제어 시스템이 필수다.
빌딩 자동제어시스템(BAS)과 홈네트워크는 쾌적한 환경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필수 설비지만, 장기 유지관리나 부품·기술 인력 대책 없이 초고도 디지털 기술에만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신도시의 모델이었던 일본 타마 신도시가 50년 만에 고스트타운으로 전락한 사례는 경고음을 울린다.
건물 설계단계부터 자동제어를 고려하고, 수직이 아닌 수평적 개발과 디지로그형 건물로의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다.
◆ 고층화·디지털화의 그늘
지난 20~30년간 아파트 고급화를 이끈 것은 첨단제어가 가능한 지역난방, 고효율 냉반방기, 실별 제어, 세대내 호출 엘리베이터, 열화수 환기 장치, LED조명 등 IT 기반 유틸리티였다. 그러나 5년만 지나도 제조사별 통신 프로토콜이 달라 부품 교체나 A/S가 불가하여 수동을 사용하는 등 편리했던 아파트가 ‘영원히 쓸 수 없는’ 불편한 건물로 변해가고 있다.
BAS는 KS 규격이 마련돼 있지만 업체마다 통신 방식이 달라 시스템 통합·개보수가 어렵다. 교체나 보수에는 막대한 비용과 입주민 전원의 합의가 필요해 현실적 제약이 크다. 고층 아파트는 용적률 한계로 재건축 이익도 미미하다.
◆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자동제어
사무용 빌딩은 임대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테리어는 강화되지만, 냉·난방 에너지 비용은 임차인 몫이다. 건물 에너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냉·난방 절감을 위해서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통한 감시·분석이 필수다.
자동제어는 설계 단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독일 하노버메세본부나 동경가스 빌딩처럼 자연환기·채광, 이중외피 구조, 빗물 재활용 등을 건축과 제어에 결합한 사례를 참고하면 좋다.
◆ 디지로그형 건물로의 전환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 재건축보다 개보수·리모델링을 통한 수명 연장을 권한다. 재개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보수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며, 필요 시 수동 조작이 가능한 예비선로 검토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디지로그형 건축은 외관은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되 내부는 디지털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미국 텍사스 ‘펜조일 플레이스’는 40년 된 건물에 IoT를 접목해 에너지 사용을 절반 이상 줄였다.
유럽은 건물을 부수지 않고, 차를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 길을 유지한다. 자동제어 산업의 발전은 건축 역사 보존과 직결된다. 에너지 절감과 인테리어의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