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고] AI시대 공공기관 감사의 자세와 역할

[아시아엔=박진이 에스알 상임감사] ‘감사(監査)’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예전 드라마 속 ‘포청천’ 같은 인물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잘못을 지적하고 단죄하는 감시자.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2023년 6월 30일, 에스알 상임감사로 임명되면서 그 인식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감사는 단지 감시하고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다.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닦는 사람, 그것이 감사다.

초심으로 돌아간 30년 공직 인생
나는 30여 년간 공직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현장과 강단, 사무실을 오가며 늘 ‘공익’을 중심에 두고 일했다. 그중에서도 감사는 좀 다른 결이었다.

일반 행정이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이라면, 감사는 ‘조직의 건강을 살피고 유지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는 늘 ‘국민의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다. 감사란 결국, 국민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조직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돌보는 일이다.

지적보다 동행, 감사의 패러다임 바꿔
감사실 문을 처음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바꾸고 싶었던 건 ‘감사의 이미지’였다. 감사는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실수 없이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사방식도 바꾸었다. 과거처럼 사후 적발에 중점을 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리스크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각 부서가 스스로 문제를 살피고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 감사실은 함께하는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청렴은 제도보다 문화다
자부심을 느끼는 일 중 하나는 ‘청렴 인사이더’ 프로그램이다. 청렴이란 말은 익숙하지만, 그것이 조직문화로 뿌리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직원 공모를 통해 자발적 청렴 실천 조직을 꾸렸고, 젊은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자율적 청렴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캠페인을 넘어 ‘일상 속 청렴’을 체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모델은 다른 기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외부의 평가보다 값진 변화
지난해 우리는 정부의 공공기관 감사 평가에서 전년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받았다. 최고 성과는 아니었지만,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변화였다. 묵묵히 헌신해온 감사실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순 없다. 감사는 늘 진화해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세 가지 약속
첫째, 사전 예방형 감사의 고도화다. 리스크를 예측하고 초기 단계부터 부서와 소통하며, ‘컨설팅형 감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둘째, 디지털 감사체계의 정착이다.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감사 시스템을 통해 반복 리스크를 자동 탐지하고, 더 정밀하고 효율적인 감사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셋째, 청렴문화의 생활화다. 청렴은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업무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문화로서의 청렴’을 실현해나가겠다.

감사는 조용한 일이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사는 조직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다. 감사실의 문을 처음 열던 날, 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직의 일원으로, SRT를 타는 고객을 생각하며 일합시다.”

그 마음 하나로, 우리는 조직을 살피는 따뜻한 눈이 되었고, 국민 신뢰를 받는 울타리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2년의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러나 감사로서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감사는 공공기관의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건축가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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