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듣고, 축하와 함께 바람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동구 밖 느티나무가 되어주십시오. 그늘을 내어주는 마을 아저씨가 되어주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아시아기자협회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투표 하실 거죠? 10년, 50년, 100년 뒤 대한민국을 살아갈 아들·딸·손자들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참 따뜻하고 멋진 투표 독려의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선택한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이재명 당선인께 먼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저의 가족, 이웃들과 함께 작게 자축한 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기쁜 당선을 축하드리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의 나라이자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논밭과 산과 강과 들이 스승인 농부입니다
저는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농막 앞의 논밭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과 강, 들과 숲뿐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자연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와 벌레들처럼 단순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저의 축하 인사도 다소 투박하고 서툴 수 있습니다. 너그럽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동구 밖 느티나무가 되어주시길 바란다는 말은, 저희 시골에서 흔히 하는 수수하고 정겨운 말입니다. 혹여 서운하게 들리셨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저희 농사꾼들의 다정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천방지축이라는 말, 식물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잡초’라 부르는 풀들도, 저희 농부들에겐 존귀한 생명입니다. 그들은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따르며, 묵묵히 줄기를 뻗고 뿌리를 내립니다. 때로는 자신의 몸을 다른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지구의 머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통령께 ‘지게작대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게를 세우고 짐을 지고 갈 때는 지팡이가 되며, 때론 정신을 차리게 하는 매가 되기도 하지요. 이 덕담이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대통령께서 길 위에서 꺼내어 보실 수 있는 지게작대기 같은 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12월 3일 밤, 헌법을 흔드는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그날 밤, 헌법이라는 나라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오천만 국민이 함께 세운 헌법을, ‘머슴’이라 불리는 이가 함부로 흔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희 마을 어르신들 말씀처럼 “이 천방지축도 사람인가!” 하는 조롱이 절로 나왔습니다.
자연 속 풀과 나무는 결코 자신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의 뜻을 모으고, 그것을 먹이로 바꾸어 세상 생명을 살려냅니다. 저희는 그들을 스승으로 여기며,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대통령께서도 그런 ‘머슴의 마음’을 품어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좋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 니코야 마을을 아십니까?
제가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생태학자 제이슨 히켈의 책이었습니다. 그는 “적을수록 풍요롭다”고 말하며, 자본주의와 GDP 중심의 삶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도 농막 앞 그늘나무 밑에서 여러 날에 걸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그 책에 소개된 ‘코스타리카 니코야 마을’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주목한 공동체입니다. 가난하지만, 장수와 행복지수가 국가 평균보다도 높은 마을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사람들끼리 서로를 형님, 아저씨, 아주머니, 동생이라 부르며 마치 한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안엔 예전 우리가 살던 ‘애니미즘’적 세계관이 살아 있었고, 사람과 자연, 마을이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사실이 무엇보다 놀랍고 가슴 찡했습니다.
좋은 대통령은 결국 좋은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좋은 생각은 결국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께서, 강한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약자를 끌어안는 정부를 실현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그것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 땡볕 아래 지친 이들이 쉴 수 있는 느티나무 같은 대통령. 저는 그런 대통령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칩니다. 바쁜 일정 중 잠시 멈춰 이 농부의 덕담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선인께서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