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에 바란다] 명상하는 리더, 치유하는 국정

어제 저녁, 오랜만에 만난 기업 임원 K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코치님, 우리나라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요?” 그의 눈빛에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 사건을 겪으며 국민들이 느꼈을 불안과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상했어요. 이런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나는 잠시 침묵했다.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치유의 길을 함께 걸어온 명상 코치로서, 이번만큼은 개인을 넘어 ‘국가 전체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을 멘탈 코칭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수많은 게임에 서야 하는 그에게 긴장을 푸는 이완과 평정심의 기술은 중요했다. 그때 내가 전한 것은 단 하나, ‘중심 잡기’였다. “지금 이 순간, 호흡에만 집중해 보세요. 외부의 압박은 잠시 내려놓고, 세영님 안의 고요한 중심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 자신 안의 중심을 평정심 속에 지켰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최고지도자에게도 그런 중심 잡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현안이 한꺼번에 밀려와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평정. 이것이야말로 명상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새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주권시대’라는 비전을 들으며, 명상에서 말하는 ‘깨어있음’이 떠올랐다. 진정한 깨어있음이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해, 타인의 고통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확장된 의식 상태를 말한다.
AI 등 신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인간의 마음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그보다 더 절실하다. 민생경제 회복 역시 단지 국민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이 국민 각자에게 스며들어야 비로소 효과를 갖는다.
나는 그동안 많은 기업 임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왔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꼭 한 번 깊게 숨을 쉬세요. 그 한 호흡 속에서, 감정이 아닌 지혜로 판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이제 같은 조언을 새 대통령께도 드리고 싶다. 매일 아침 단 5분,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라.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종일 밀려올 복잡한 사안들을 더 명료하게 바라보는 힘을 줄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격론이 오갈 때도 마찬가지다. 발언 전에 한 호흡 멈추는 습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깊은 경청의 태도. 이런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것이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치유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심 어린 공감과 꾸준한 관심,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이 보여줄 진정성 있는 소통, 약속을 지키려는 성실한 노력, 실수를 했을 땐 솔직히 인정하는 겸손함. 이런 것들이 하나둘 쌓일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명상하는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명상한다는 것은 산속에 들어가 좌선하라는 말이 아니다. 매 순간 깨어 있는 의식으로 국정을 바라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판단력을 유지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리더가 되시길 바란다.
매일 아침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국민주권시대’의 진정한 시작이 아닐까.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명상하는 리더와 깨어있는 국민이 함께 만들어갈 아름다운 나라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