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오명환 한라오스협회 회장이 한국-라오스 민간외교에 헌신한 지 30년 넘었다. 1995년 10월 한국과 라오스가 재수교 할 당시 대기업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발을 디딘 것이 만 30년에 이른 것이다. 그는 국가 차원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누구보다 먼저 라오스를 주목하고 민간 차원의 신뢰와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그의 오랜 헌신은 ‘작은 시작이 큰 외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상징적 사례로, 한국 민간외교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 오지에서 시작된 믿음의 외교
1990년대 라오스는 국제사회와의 접촉이 활발하지 않았고, 한국 역시 라오스를 우선순위 국가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 회장은 당시 이미 ‘라오스는 반드시 동남아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 확신했고, 스스로 수십 차례 현지를 방문해 라오스 정부 관계자, 언론인, 경제인 등과 꾸준히 교류했다.
그의 진정성과 꾸준함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2004년, 한국-라오스친선협회(KLFA)가 창립돼 이를 기반으로 농업·관광·교육·문화 등 다양한 민간 분야의 교류가 본격화되었다. 라오스 측에선 정부 산하에 한-라오협회의 카운터 파트너로 라오스-한국친선협회(LKFA)가 2009년 설립, 제4대 주한 라오스 대사였던 캄소와이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 창립 20주년 행사를 한국과 라오스에서 실시했다. 오 회장은 그동안 수백 명의 라오스 인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세미나와 포럼을 주최하고, 한국 기업의 라오스 진출을 안내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라오스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관계의 힘: 술잔과 식탁에서 싹튼 우정
오 회장이 라오스와의 관계를 쌓아온 방식은 단순한 형식적 외교가 아니었다. 그는 주한 라오스 대사 및 대사관 직원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고, 때로는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기울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그 술자리에서 우정이 생겨났고, 신뢰가 쌓였다.
라오스 인사들이 방한할 경우, 그는 의정부 자택으로 손님들을 초대해 직접 식사를 대접하고, 경우에 따라 숙소까지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환대를 넘어, ‘이 사람이 진심이다’라는 인상을 남겼고, 라오스 측 인사들은 이를 깊이 감동하며 기억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빛난 책임감과 헌신
IMF 외환위기 당시, 그는 대기업 건설사의 라오스 지사장이었다. 한국 본사로부터 전 직원 철수 명령이 내려졌을 때, 그는 “현지에서 우리가 약속한 것을 마무리하고 귀국하겠다”며 끝까지 남았다. 이 결단은 라오스 당국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계약 이행이 아니라, 국가 간 신뢰를 쌓는 ‘책임의 외교’였다.

사람을 잇는 다리, 문화와 교육의 외교관
오 회장의 활동은 경제적 교류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양국 간 신뢰는 문화와 교육을 통해 더 단단해진다는 신념 아래,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청년 세대의 교류에 집중해왔다. 라오스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유학 지원을 하고, 이들이 한국의 K-콘텐츠를 라오스 현지에 소개하는 데에도 후원을 해왔다.
한-라오스협회와 라오스 현지의 라오-한국친선협회는 매년 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엔티안에서 공연과 전시, 세미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으며, 올해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주한 라오스 유학생과 한국에서 일하는 라오스인들도 함께 참여해, 실질적인 민간 외교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함께 걸어온 사람들: 끈끈한 연대의 힘
오 회장의 헌신은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라오스협회 홍순유 부회장, 이창균 관리이사, 이상미 실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오랜 협력과 연대가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은 단순한 실무 파트너가 아닌, ‘사명’을 공유하는 동행자였으며, 이러한 조직의 안정성과 결속력은 협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편, 라오-한친선협회에는 전 주한 라오스 대사와 전·현직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 협회는 라오스 정부 산하 20여개 친선협회 중 중국, 베트남에 이어 3위에 있다고 한다. 오 회장은 “중국, 베트남이 국가간 협회활동을 벌이는 반면, 한국과 라오스는 민간 대 국가간 활동이라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라오스 관계의 조력자, 민간외교의 산증인
그의 30년 활동은 라오스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와 외교 당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라오스 주요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그와의 만남을 요청하고, 한국 내 라오스 관련 주요 행사에는 늘 오 회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2020년대 들어 라오스가 ‘한-메콩 협력’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면서, 오 회장의 민간 네트워크는 국가 외교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의 발자취는 명실상부한 ‘민간외교의 교과서’이며, 향후 민관 협력 외교의 좋은 모델로서 학계와 외교 현장에서 참고되고 있다.

미래를 향한 구상: 청년, 디지털, 지속가능성
올해는 한-라오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수교일인 10월 25일을 전후해 양 협회의 제14차 총회가 10월 22~27일 한-라오협회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 작년 13차 총회는 라오-한협회 주최로 라오스 국립문화홀에서 한-라오협회 창립 20주년, 라오-한협회 창립 15주년 기념 문화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한-라오 수교 30년을 맞는 올 초 오 회장은 협회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청년, 디지털,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이제는 다음 세대가 민간외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기반의 협회 플랫폼 구축과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농업 및 관광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K-콘텐츠와 라오스 전통문화의 융합’, ‘청년 스타트업의 라오스 진출 지원’, ‘지속가능 농업 교육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후속 세대가 보다 창의적이고 확장된 외교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

오명환 회장의 한 길, 그 뚝심이 만든 외교
오명환 회장의 지난 30년은 묵묵한 한 사람의 외길이 어떻게 국가 간 외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여정이다. 정식 외교관도, 대기업인도 아니었던 그는 오직 한-라오스 관계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길을 열었고, 지금은 제도보다 더 깊은 신뢰를 쌓은 외교인이 되었다.
그의 활동은 단지 과거의 업적이 아니라, 미래의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이 아세안, 특히 메콩 지역과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명환 회장과 같은 민간 외교인의 경험과 철학이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