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1월 당선돼 임기 반환점을 돈 도정근 제61대 총학생회장을 5월 29일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만났다. 도 회장은 생활 밀착형 공약과 함께 ‘내 일상과 함께 하는 총학생회’를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약 중 하나인 사당역 셔틀은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대변자 역할에도 충실하다. ‘A교수 사건’으로 불리는 학내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 2년 만에 총학생회 최고 의결기구인 전체 학생총회를 소집해 성사시켰다.
-최근 학생사회의 큰 현안은 ‘A교수 사건’인 것 같다. 학생총회도 열었다.
“1900명 정도 왔다. 그 많은 학생이 시간을 내서 한 표를 던질 정도로 폭넓게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 가지 짚어둬야 할 건 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정직 3개월이 아닌 1, 2년을 받으면 괜찮다는 수준의 논의를 하는 게 아니다. 이 정도 잘못이면 스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취지가 훨씬 강하다. 지난 현안 중에서는 지난 2월의 시설노조 파업이 컸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좋은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판단한다.”
-임기 절반을 보낸 소감은.
“자평하자면 학생들의 일상과 관련된 일은 그전까지 총학생회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준비중인 것도 있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총학생회 청원 제도를 개발 중인데 여름방학에 완료될 것 같다. 교육정책이나 학사제도 관련 부분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합의가 필요해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아쉽다.”
-작년 선거기간 중 ‘볶음밥 짬뽕국물 보장’ 공약이 화제였다.
“공대 간이식당에서 볶음밥을 주문하면 짬뽕국물도 함께 주도록 하겠다는 공약이었다. 2월부터 나오고 있다. 볶음밥에 짬뽕국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학생회가 이런 것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웃음).”
-교통 공약을 빠르게 이행 중이다.
“교통은 전통적인 현안이었는데 그간 총학생회 차원의 성과가 없었기에 선거 때부터 중점을 뒀다. 사당역 셔틀버스가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3일째 되는 날 2시간 동안 290명 정도가 탔다. 자정 넘어 운행하는 심야 셔틀버스도 1학기 시작 전부터 학교와 협의가 잘 됐다.”
-정책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나.
“평소 학교 다니면서 들리는 소리를 열심히 캐치한다. 짬뽕국물도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아쉽다고 한 걸 기억해 뒀다.”

-학교와 소통은 원활한지. 마침 오세정 총장의 학과 후배다.
“소통에 크게 문제가 없다. 총장님과는 국회의원 하실 때도 자연대 학생회장으로서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관련해 자주 찾아뵀다. 또 총학생회를 시작할 때 교직원 사회, 학교 당국과 관계 및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내세웠는데 그런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시흥캠퍼스 관련 여론도 달라진 것 같다.
“2017년쯤에 가장 갈등이 심했는데 2년이 지났다. 학생들의 시계에서 2년은 큰 기간이다. 학교에서 강제로 뭔가를 추진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에 총학생회도 부담을 덜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도 저렴하고 좋은 시설의 기숙사처럼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시설이 있으면 시흥에 갈 사람도 있겠다는 정도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열어놓고 토론해볼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된 것 같다.”

-동문들의 학생회 지원은 충분한지.
“매년 총동창회에서 지원해준다. 특히 돈이 많이 드는 축제에 큰 힘이 된다. 동창회 외에 연 닿는 선배님들이 조금씩 도와주기도 하신다. 동문 선배님들과 연계가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
-4학년인데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은.
“우선 군대를 다녀와서 생각하려 한다. 대학원에 가면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고 1학년 때 교육 서비스 스타트업을 잠깐 했는데 스타트업도 생각하고 있다. 학생회를 하면서 정치와 학생회, 사업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핵심은 사람들이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그걸 충족할 수 있는 뭔가를 정책이든 상품, 서비스로든 현실적으로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재밌게 느껴졌다. 좀더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