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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서 노쇠·노환까지…건강하게 나이 들고 내 삶을 지키는 법

노화에서 노쇠, 노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건강한 노년의 삶과 함께 근력 저하, 인지기능 저하, 관절 질환, 돌봄과 치료의 필요성을 한 화면에 담았다. 운동·영양·정서적 지지와 조기 관리가 건강한 노화를 지키는 핵심임을 보여준다. AI 생성 이미지

일반적으로 노인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에 도달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노인을 고령전기(young-old, 65~74세), 고령중기(middle-old, 75~84세), 고령후기(oldest-old, 85세 이상)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와 연구 목적에 따라 65~74세와 75세 이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주요 국가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비교하면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이탈리아 79년, 독일 77년, 일본 36년, 한국 26년 등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고령화 단계의 설정과 비교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빠른 고령화는 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대수명 추이를 보면 1970년 OECD 평균은 남자 66.3세, 여자 72.6세였으며, 한국은 남자 58.7세, 여자 65.8세였다. 2020년에는 OECD 평균이 남자 77.9세, 여자 83.2세였고, 한국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높아졌다.

노화(老化, aging)

노화란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는 과정이다. 노화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외형적·생리적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변화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노화는 일반적으로 보편성, 내재성, 진행성 등의 특성을 지닌다.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만, 진행 속도와 양상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환경, 질병, 생활습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현대의학에서는 노화를 정상적 노화(1차 노화)와 질병 및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병리적 노화(2차 노화)로 구분하기도 한다.

노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에는 프로그램 노화이론(programmed aging theory), 자유라디칼설(free radical theory), 손상이론(damage theory), 소모이론(wear and tear theory), 대사속도설(rate of living theory), 유해물질 축적설(waste accumulation theory), 교차연결설(cross-linkage theory), 자가면역설(autoimmune theory)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손상은 노화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기전 중 하나다.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은 체내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 관련 물질이다. 적정 수준에서는 세포 신호전달과 면역기능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제거되지 못하면 세포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산화스트레스는 동맥경화증, 당뇨병, 신경퇴행성 질환, 관절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활성산소가 이러한 질환의 유일한 원인인 것은 아니다.

활성산소로 인한 손상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항산화물질에는 비타민 E(토코페롤), 비타민 C(아스코르빈산), 폴리페놀 등이 있다. 이러한 영양소는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다만 항산화제 보충제를 많이 복용한다고 해서 노화나 질병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노쇠(老衰, frailty)

노쇠란 노화 과정에서 질병, 영양 결핍, 운동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체의 생리적 예비능력이 감소하고 외부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근력이 약해지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노쇠가 진행되면 체중 감소, 체력 저하, 신체활동 감소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낙상과 입원, 일상생활 기능 저하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나 노쇠는 반드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면 진행을 늦추거나 일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노쇠 여부는 보행속도와 악력 등 신체기능뿐 아니라 인지기능, 정서 상태, 만성질환, 복용 약물, 영양 상태, 가족과 사회의 지지 기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다. 이를 위해 노인포괄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를 활용하기도 한다.

노쇠는 신체적 특징을 중심으로 다음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 근력이 약해졌다. 특히 손아귀로 쥐는 힘인 악력이 감소했다.
▷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 평소 신체활동량이 줄었다.
▷ 쉽게 피로해지고 기력이 없다고 느낀다.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노쇠, 1~2가지에 해당하면 노쇠 전단계, 해당 사항이 없으면 건강한 상태로 분류한다. 다만 정확한 평가는 측정 기준과 전문적인 진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노쇠일까? 한국형 노쇠 선별 설문

한국형 FRAIL 척도는 피로감, 계단 오르기, 이동 능력, 만성질환, 체중 감소 등 다섯 항목을 통해 노쇠 위험을 간단히 확인하는 도구다.

▷ 첫째, 지난 한 달 동안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① 항상 그렇다(1점)
② 대부분 그렇다(1점)
③ 종종 그렇다(0점)
④ 가끔 그렇다(0점)
⑤ 전혀 그렇지 않다(0점)

▷ 둘째, 도움 없이 혼자서 쉬지 않고 10개의 계단을 오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① 예(1점)
② 아니오(0점)

▷ 셋째, 도움 없이 혼자서 300m를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① 예(1점)
② 아니오(0점)

▷ 넷째, 의사에게 다음 질병을 진단받은 적이 있습니까?
고혈압, 당뇨병, 암, 만성폐질환, 심근경색, 심부전, 협심증, 천식, 관절염, 뇌경색, 신장질환 등 11개 질환을 기준으로 한다.
① 진단받은 질병이 0~4개(0점)
② 진단받은 질병이 5개 이상(1점)

▷ 다섯째, 1년 전에 비해 체중이 얼마나 감소했습니까?
① 5% 이상 감소(1점)
② 5% 미만 감소(0점)

다섯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 0점이면 건강한 상태, 1~2점이면 노쇠 전단계, 3점 이상이면 노쇠 의심 상태로 분류한다. 이 설문은 노쇠 위험을 선별하기 위한 것으로, 확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쇠를 예방하는 생활습관

노쇠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운동, 영양, 만성질환 관리, 정서적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체계적인 운동: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균형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한다. 근력운동은 근육 감소를 예방하고, 유산소운동은 심폐기능과 신체활동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균형운동은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 균형 잡힌 식습관: 노년기에는 식욕과 미각의 변화, 씹기와 삼키기 기능 저하 등으로 영양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다. 단백질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식사가 불규칙한 노인에게는 적절한 영양지원이 필요하다.

▷ 맞춤형 질환 관리: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근골격계 질환 등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신체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 관리,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 건강한 정서 유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우울증은 식욕과 활동량을 감소시켜 노쇠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가족과 이웃의 교류, 사회활동, 정서적 지지는 건강한 노년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환(老患)

노환의 사전적 의미는 ‘늙고 쇠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노병(老病)이나 노질(老疾)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여러 질환이나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를 가리킨다.

다만 노환은 현대의학에서 특정 질병을 지칭하는 공식 진단명이 아니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단순히 노환으로 여기기보다 원인이 되는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나 회복의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질환과 건강 문제에는 근감소증, 골다공증, 퇴행성 관절염,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면 일상생활의 자립성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특히 근감소증은 보행 능력 저하와 낙상, 골절 위험을 높이며, 인지기능 저하는 기억력과 판단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각 질환의 특성과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악화를 늦출 수 있다.

효과적인 관리 방법에는 운동치료, 약물치료, 영양관리, 정기검진 등이 있다.
▷ 운동치료: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해 근육 감소를 예방하고 신체 균형과 활동 능력을 유지한다.

▷ 약물치료: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관절염, 골다공증 등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억제한다. 복용 중 약물이 많은 경우에는 약물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도 점검해야 한다.

▷ 영양관리: 단백질과 비타민 D, 칼슘 등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히 섭취한다. 개인의 질환과 영양 상태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 정기검진: 건강 상태와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관리한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노쇠와 노환으로 인한 기능 저하가 모두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노년기 건강을 위해서는 질병의 유무뿐 아니라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결정하며,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아프더라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노화의 모습이다.

결국 노년기 건강관리의 핵심은 수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능한 한 오래 지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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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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