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억 년 전
한반도 대륙 가장자리 아래로
동쪽의 해양판이 섭입(攝入)했다
플럭스 용융(flux melting)으로 맨틀의 빗장이 풀리고
마그마는 용융체로 상승했으나
지하 깊은 곳에서 화강암 바위로 굳었다
수천만 년 침묵 끝에 대지가 융기하고
비바람은 바위를 모질게 깎아냈다
마침내 모난 것은 버려지고
두 바위는 둥근 얼굴로 마주쳤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입술만큼은
뾰죽하게 갈고 닦았다
그 입김 언제 터져 나올까
수억 년 응축한 에너지가 분출하는 순간
서로의 존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지구적 사랑이 탄생하리라
비선대 계곡에서
생환 3주년을 기념하며
시인은 집 담벼락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지 만 3년을 맞아 설악산을 찾았다. 사진과 시는 비선대 계곡의 ‘키스바위’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담아낸 것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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