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미디어

[오늘의 시] ‘계곡의 입맞춤’ 황효진

비바람은 바위를 모질게 깎아냈다/ 마침내 모난 것은 버려지고/ 두 바위는 둥근 얼굴로 마주쳤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입술만큼은/ 뾰죽하게 갈고 닦았다/ 그 입김 언제 터져 나올까-시 안에서 <사진 황효진>

수억 년 전
한반도 대륙 가장자리 아래로
동쪽의 해양판이 섭입(攝入)했다

플럭스 용융(flux melting)으로 맨틀의 빗장이 풀리고
마그마는 용융체로 상승했으나
지하 깊은 곳에서 화강암 바위로 굳었다

수천만 년 침묵 끝에 대지가 융기하고
비바람은 바위를 모질게 깎아냈다
마침내 모난 것은 버려지고
두 바위는 둥근 얼굴로 마주쳤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입술만큼은
뾰죽하게 갈고 닦았다

그 입김 언제 터져 나올까

수억 년 응축한 에너지가 분출하는 순간
서로의 존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지구적 사랑이 탄생하리라

비선대 계곡에서
생환 3주년을 기념하며

시인은 집 담벼락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지 만 3년을 맞아 설악산을 찾았다. 사진과 시는 비선대 계곡의 ‘키스바위’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담아낸 것이다.<편집자>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황효진

공인회계사, 전 인천시 부시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
AI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