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영혼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어두운 식탁 위에 펼쳐진 성경과 빵 한 조각,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빛, 샬롬

“또 그가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너는 발견한 것을 먹으라 너는 이 두루마리를 먹고 가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말하라 하시기로”(에스겔 3:1)

먹으면 소화되고 동화됩니다. 정보는 머리에 맴돌다 증발하지만 음식은 식도를 타고 내려가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을 것’이라 합니다. 단순히 ‘읽으라’ 하지 않고 ‘먹으라’ 명합니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먹으면 예수를 닮고 세상을 먹으면 세상을 닮습니다. 현재 나의 모습은 내 영혼의 식탁에서 집어삼킨 것들의 정직한 결과물입니다.

음식을 오랜 기간 먹으면 체취가 됩니다. 마늘 냄새가 한국인의 모공에서 배어 나오듯 말입니다. 나에게서 그리스도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교적 향수를 덜 뿌려서가 아닙니다. 평소 습관의 문제입니다.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지만 오장육부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체취는 결코 조작하거나 은폐할 수 없습니다.

종교적 언어를 많이 쓴다고 예수님이 드러날까요? 종교색을 감추면 예수님도 감춰지는 것일까요?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고 드러낸다고 드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평소에 먹고 있는 것의 냄새는 절대 숨길 수 없습니다. 내 속에 담겨 있지 않으면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예수님 얘기를 해도 내가 드러날 것이고, 십자가에서 자아가 죽은 사람은 내 얘기를 해도 예수님이 드러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식 시대에 삽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이 아닙니다. 눈으로 귀로 쉴 새 없이 먹습니다. 다른 걸 너무 많이 먹어서 말씀이 안 먹힙니다. 또한 우리는 편식 시대를 삽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식은 이제 우리 영혼의 식습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더 이상 슴슴한 메시지에는 눈과 귀가 반응하지 않습니다. 목회자들의 설교도 점점 간이 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미각은 성경이라는 원재료에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과식과 편식 외에도 여러 가지 나쁜 식습관이 있습니다. 곱씹지 않고 그냥 무작정 삼켜 버리는 습관이 있으면 늘 소화불량입니다. 맹신은 반드시 소화불량을 낳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립니다. 늘 힘이 없습니다. 반대로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찝니다. 말씀대로 살지 않아 지방이 쌓이는 것입니다. 고도 비만, 마른 비만 등 다양한 형태의 비만이 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의 원재료와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들어온 설교가 ‘100% 성경적’이라고 포장지에 적혀 있지만 표기와 내용물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의 피와 살은 무엇을 어떻게 씹어 삼킨 결과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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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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