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김종배 교수가 미국에서 재발견한 ‘장애 없는 세상’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쓰담미디어>에 연재 중인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이다. 김 교수의 미국 여행과 재활공학 연구 경험,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성, AI·로봇 기술이 결합된 미래 휠체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아시아엔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했다. 원 연재의 취지를 살리되, 고령화와 재활기술, 장애인의 이동 자유라는 아시아적 과제로 시야를 넓혔다. <편집자>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최근 쓰담미디어에 연재하고 있는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는 미국 여행기이면서 장애인의 이동에 관한 기록이고, 한 재활공학자가 자신의 연구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장애와 기술,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는 글이다.
김 교수는 사지마비 장애인이다. 그에게 여행은 비행기표 한 장을 사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공항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전동휠체어는 항공기에 안전하게 실릴 수 있는가, 호텔과 식당의 문턱은 넘을 수 있는가,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는가. 비장애인에게는 굳이 의식할 필요조차 없는 일들이 그에게는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 김 교수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미국 곳곳을 다시 찾았다.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는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 제도와 기술을 차분하게 기록한다. 공항에서 항공기에 오르는 과정부터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한 건물과 식당, 미국의 장애인 관련 제도까지 그의 시선은 세밀하다. 연재가 거듭될수록 이것이 단순한 미국 여행기가 아니라는 사실도 또렷해진다.
그의 여정에서 중요한 도시 가운데 하나가 피츠버그다. 피츠버그대학교는 김 교수의 학문적 삶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옛 스승과 동료들을 다시 만나 자신이 걸어온 재활공학의 길을 되돌아본다. 피츠버그대의 상징인 ‘배움의 전당(Cathedral of Learning)’ 앞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은 그래서 한 여행자의 기념사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행은 과거로만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향한다. 카네기멜런대학교(CMU)를 찾은 김 교수의 관심은 Physical AI로 이어지고, 다시 로봇과 휠체어의 결합으로 확장된다. 그는 미국의 첨단 연구를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연재 13회에서 제기한 ‘K-휠체어 로보틱스’라는 화두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전동휠체어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휠체어에 센서와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결합한다면 장애인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문턱과 계단, 경사로와 복잡한 도로 환경을 기술이 보완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은 훨씬 넓어진다. 김 교수의 여행은 기술의 목적이 인간의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이동하고 살아갈 자유를 넓히는 데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휠체어 한 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장애인의 이동 자유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과 항공사, 도로와 건물, 식당과 대학, 법과 보험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김 교수가 미국에서 경험한 여러 장면은 ‘첨단기술’에 앞서 ‘접근 가능한 사회’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장애를 개인이 극복해야 할 불행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휠체어를 탄다는 사실보다 그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문과 계단을 만들어놓은 사회가 장애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배 교수의 미국 여행기를 아시아엔이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이동권과 돌봄, 재활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될 것이다. 한국이 AI와 로봇 강국을 꿈꾼다면 그 기술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용 로봇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이동의 자유를 돌려주는 기술 역시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중요한 혁신이 되어야 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몸과 전동휠체어로 미국을 여행한다. 그러나 그의 글이 향하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한국이고 아시아이며, 결국 인간이 기술과 제도를 통해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이다.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단다는 것은 휠체어를 하늘에 띄운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장애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장소와 만남, 공부와 여행의 경계를 하나씩 없애는 것. 어쩌면 그것이 김종배 교수가 말하는 ‘날개’의 진짜 의미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