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2024년 10월 1일 100세 생일을 맞았다. 미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100세에 도달한 인물이다. 당시 백악관 잔디밭에는 숫자 ‘100’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과 함께 카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특별한 ‘100세 생일 파티’가 있었다. 1926년 태어난 이승만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까지 근무했다. 지난 6월 28일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와 구토 증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이송됐고, 흉부 CT 검사에서 대동맥 박리가 발견됐다.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aortic dissection)는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혈관 벽 안으로 흘러들어가 벽의 층이 갈라지는 응급질환이다. 고혈압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당시 이씨는 초고령으로 수술 위험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의료진으로부터 수술하지 않을 경우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을 들은 가족들은 수술을 선택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구민정 교수팀은 손상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했다. 5시간 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씨는 약 한 달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의료진과 가족들이 함께 생일을 축하했고, 그는 8월 18일 퇴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1월 1일 기준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8604명이다. 2015년 3159명에서 10년 사이 약 2.7배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도 17.3명으로 증가했다. 여성은 7176명으로 전체의 83.4%, 남성은 1428명으로 16.6%를 차지했다.
100세 이상 고령자들이 꼽은 장수 비결은 △절제된 식생활 59.7% △규칙적인 생활 44.5% △유전적 요인 32.1% △낙천적 성격 25.8% △정기적인 운동 12.0% △원만한 가족생활 11.9% 등의 순이었다. 남성은 규칙적인 생활을, 여성은 절제된 식생활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사 대상자의 86.9%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고, 79.6%는 음주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술과 담배를 모두 평생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75.8%에 달했다.
고령이라고 해서 모두 질병 없이 사는 것은 아니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약 90%였으며 고혈압, 관절염, 치매, 당뇨병 등이 주요 질환으로 꼽혔다. 결국 장수의 핵심은 질병이 전혀 없는 상태라기보다 질병을 관리하면서 일상 기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집에서 생활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들은 따로 사는 자녀나 이웃, 친척 등을 월평균 12.7회 만났고 전화 연락도 월평균 8.7회 했다. 10명 중 7명가량은 앞으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갈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오래 사는 것과 ‘사람 속에서 사는 것’이 서로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령자가 가족과 이웃을 만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역할을 계속 갖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 고령자를 장기간 추적해온 노년학 연구들도 비슷한 점을 강조한다. △집 밖으로 나가 활동한다. 취미모임이나 자원봉사 등 사회활동에 참여한다. △친구와 이웃 관계를 유지한다.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를 모든 활동의 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파트타임 근무나 자원봉사, 손주 돌보기 등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이어간다. △치아와 구강 건강을 관리한다. 잘 씹고 삼키는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영양과 전신 건강에 중요하다. △걷기 좋은 환경에서 생활한다. 고령자의 건강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거환경과 지역 공동체의 영향을 받는다. △매일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생활 리듬을 유지한다.
생물학적인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노화 과정에서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노력은 가능하다. 거창한 방법보다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 △안전한 범위에서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해보자. 다리 근력과 고관절 유연성, 균형감각을 함께 사용하는 동작이다. 다만 무릎이나 고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구강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자.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올바른 칫솔질, 치실과 치간칫솔 사용은 치아뿐 아니라 전신 건강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걷기·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자. 심폐기능과 근력을 함께 유지해야 독립적인 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균형감각을 점검하자. 한쪽 다리로 서는 능력은 근력과 신경계 기능, 균형능력을 함께 반영한다. 다만 한 발 서기 결과만으로 개인의 수명이나 사망 위험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장수의 목표는 단순히 숫자로 100세에 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 걷고,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가능한 한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인은 절제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인 태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고령자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돌봄·주거 서비스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지는 생활습관과 주변 환경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 100세 생일이 단지 오래 산 것을 축하하는 날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온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