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이상기 칼럼] 서부전선 DMZ ‘북한군 지뢰 매설’ 의혹…정부, 대응 왜 미루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철책을 따라 이동하는 장병들. 2022년 촬영한 자료사진으로, 9월 21일 폭발 사고 현장은 아니다. 사진 연합뉴스

전방의 땅에서 평소와 다른 흔적이 발견됐다. 군은 지형 변화를 식별하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을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했다. 9월 21일에는 현장 조사를 위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장병 3명이 다쳤다. 폭발물의 종류와 매설 경위는 조사 중이다. 사고 지점은 지형 변화가 식별된 지점과 떨어져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이 사건을 보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말한 ‘쿠데유(coup d’œil)’를 떠올렸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을 재빨리 알아보는 눈이다. 그는 그 눈과 더불어 결단의 중요성도 말했다.

전방에서 땅의 변화를 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흔적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임무가 끝나지는 않는다.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확인 과정 자체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번에 군은 이상 징후를 식별하고 현장 조사를 준비했다. 사고는 그 준비 과정인 수색로 개척 중에 일어났다. 그렇다면 지금 물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위험을 어느 범위까지 예상했는가. 수색로를 개척하는 장병에게 그 위험이 어떻게 전달됐는가. 현장의 장비와 절차는 예상한 위험에 맞았는가.

이 질문은 조사 결과를 앞질러 책임을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폭발물이 북한군이 새로 매설한 것인지, 이전부터 남아 있던 것인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조사와 감정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원인이 밝혀진 뒤에도 질문은 남는다. 지형의 변화를 발견한 눈과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판단이 제대로 이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군이 식별한 위험 지점과 사고 지점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는 설명도 이 질문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조사를 위해 접근하는 길에서 어떤 위험을 예상해야 했는지 살펴볼 이유가 된다.

군사작전의 구체적인 판단은 당시 현장 상황과 작전지침을 확인해야 평가할 수 있다. 밖에서 알 수 없는 사항을 추측해선 안 된다. 그러나 장병들이 다친 사고 앞에서 경계와 수색 절차를 되돌아보는 일은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흔히 이미 늦었다는 뜻으로 쓴다. 하지만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대로 두면 다음 소도 잃는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눈에는 결단이 따라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그 결단은 성급한 단정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구체적인 개선으로 나타나야 한다. 땅의 변화가 무엇을 뜻했는지, 그 변화를 확인하러 간 장병들은 어떤 위험에 놓였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
AI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