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갠지스 강가에서’ 최명숙

내 여행의 시간은 길었고 길은 멀었다.

나는 저녁 햇살의 뒤를 따라
바라나시 갠지스의 저녁 속으로
조용히 흘러왔다.

강 위에 떠오른 불빛들,
기도와 재가 뒤섞인 물결 사이로
수많은 별과 지나온 날들의 기억이
말없이 스며들었다.

누구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먼 길을 돌아
이 강가에 이르렀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가장 단순한 침묵 하나로
가장 복잡한 삶과 죽음의 소음을
온몸으로 건너야 했던 시간들.

어디로 가기 위해
낯선 문 앞마다 발을 멈추었고,
이름 없는 얼굴들 사이를 지나
강물처럼 나를 흘려보냈는지.

세상의 바깥을 향해
끝없이 배회하던 발걸음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진
이 강가에서 비로소 나를 마주한다.

그러나 지금,
석양에 잠긴 갠지스의 물결 사이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명숙 시인이 지난 2월 인도를 여행하며 갠지스강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시를 함께 싣습니다. 삶과 죽음, 기도와 일상이 한 물결 안에서 만나는 갠지스의 저녁 풍경 속에서 시인은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자기 자신과 마주합니다. 석양과 불빛, 침묵과 기억이 어우러진 시와 사진은 여행이 바깥세상을 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가는 길임을 잔잔히 전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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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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