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중도파 ‘로우하니’ 당선
50.7%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 확정
‘중도-개혁 연대의 승리’…8월 3일 공식 취임
중도파 후보로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한 성직자 출신인 하산 로우하니(64) 후보가 제11대 이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란 내무부는 15일(현지시간) 72.7%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대선에서 최종 개표 결과 로우하니 후보가 과반 득표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로우하니 당선인은 전체 유효투표수 3670만4156표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1861만3329표(50,71%)를 얻어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로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득표율 16.56%로 2위를 기록한 보수파 모함마드 바케르 칼리바프(51) 후보가 얻은 표(607만7292표)의 3배가 넘는 표를 확보했으며 득표율로는 30%p 이상 앞섰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복심’으로 알려지면서 낙승이 예상됐던 사이드 잘릴리(47) 후보는 416만8946표(11.36%)를 얻어 3위에 그쳤고, 388만4412표(10.58%)를 얻은 모흐센 레자이(58)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보수파의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67) 후보와 최고령 모함마드 가라지(72) 후보가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로우하니 후보의 승리는 보수파 후보들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이변’이자 ‘중도-개혁 연대의 승리’로 평가된다.
로우하니는 선거일 사흘을 앞두고 유일한 개혁파 모함마드 레자 아레프(61) 후보의 중도 사퇴와 모함마드 하타미·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으로 중도·개혁 연대를 이뤘다.
반면 보수파는 이른바 ‘3자 연대’ 소속이던 골람알리 하다드 아델(68) 후보가 지난 10일 보수파 후보 연대를 촉구하며 중도 사퇴했음에도 후보 단일화에는 실패해 표가 갈렸다.
로우하니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의 승리를 “극단주의에 대한 온건파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웹사이트 성명에서 “로우하니는 온 국민의 대통령”이라면서 “모든 이란 국민은 그와 정부에 있는 그의 동료를 돕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로우하니 당선인은 중도파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국가 안보자문을, 개혁파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 핵협상 수석대표를 각각 역임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서방 제재 해제, 언론 자유와 여권 신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최고지도자 중심의 신정 체제와 평화적 핵개발권은 옹호한다.
이에 따라 로우하니 당선인은 이란의 대통령이 가진 직무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립 타개를 위한 협조 지향 외교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국제사회는 로우하니 후보의 승리를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국은 로우하니의 당선 발표 직후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란의 새 정부와 최대 현안인 핵개발 문제를 놓고 기꺼이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천명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축하 성명을 내고 로우하니 당선인에 국제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편 이날 최종 개표 결과는 열흘 안에 헌법수호위원회의 추인으로 최종 확정되며 로우하니 당선인은 오는 8월 1일 최고지도자의 대통령 승인식을 거쳐 같은 달 3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연합뉴스/유현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