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클라호마 ‘초강력’ 토네이도 강타

20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무어 시를 강타한 초강력 토네이도의 위력이 최고 등급인 후지타 규모(EF) 5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토네이도의 파괴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최대 수백 배 능가하는 규모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한 초등학교에는 안전실이 설치돼 있지 않은 등 대비가 미비했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美기상당국 “풍속 시간당 320㎞ 넘어…최고등급”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토네이도가 시간당 최대 320km 이상의 속력을 기록, 토네이도의 6개 등급 가운데 최고인 EF 5를 부여한다고 21일 오후 밝혔다.

국립해양대기청 산하 국가위험기상연구소(NSSL) 관계자는 “피해 규모와 풍속을 추산한 결과 EF-5등급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의 풍속은 시속 320~337km(200~210마일)로 측정됐다. 일부 지점에서는 폭이 2km나 됐고 40여 분간 27km나 이동하는 가공할 속도를 보였다.

토네이도가 생성에서 소멸까지 뿜어낸 에너지를 기상학자들이 실시간 측정한 결과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8배~600배에 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NWS은 앞서 이번 토네이도의 위력을 최고 등급 바로 아래인 EF 4로 잠정 분류한 바 있다.

토네이도는 바람의 세기와 피해 규모에 따라 EF 0에서 5까지 6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가장 높은 등급인 EF 5는 시간당 풍속이 320㎞ 이상이다. 이번 것과 같은 토네이도의 발생빈도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고 NSSL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토네이도로 무어에서는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30여 명이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토네이도의 경제적 피해규모가 지난 2011년 미주리주 조플린 시를 강타, 158명의 사망자를 낸 초강력 토네이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존 도악 오클라호마 보험감독청장은 2011년 당시 토네이도의 보험손실액이 20억여 달러였다며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 초등학교 안전실 없어…인재논란 일듯

이번에 피해를 입은 오클라호마시티 외곽도시 무어는 원래 미국 전역에서 가장 흉포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텍사스와 캔자스, 오클라호마 의 중부 대평원에 걸친 ‘토네이도 앨리’에 자리하고 있다.

무어에서는 지난 1999년 5월 사상 최대 위력인 시속 511㎞의 토네이도(EF 5급)가 관측됐으며 당시 4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번에 어린이 최소 7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은 무어의 플라자 타워스 초등학교 등 학교 2곳은 대피시설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 학교에는 철재로 지하 등에 설치하는 대피시설인 ‘안전실'(safe room)이 없었다.

알버트 애쉬우드 주정부 재난대응국장은 “100여개교에 안전실 설치 예산을 지원했지만 이들 두 학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들 학교가 연방예산을 신청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전실이 있다고 인명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예산은 한정돼 있고 우선순위가 있다. 이들 학교를 나 몰라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어가 원체 토네이도가 빈발하는 지역인데도 위험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해 만반의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 수색 마무리 단계…곳곳에서 위로 답지

플라자 타워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구조 작업을 벌여 온 재난당국은 더는 잔해에 생존자나 추가 시신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색을 마무리하고 있다.

게리 버드 소방서장은 더는 잔햇더미에 생존자나 수습할 시신이 없다는 것이 “98% 확실하다”며 21일 밤께 수색을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21일 오전 기준으로 아직 2만9천여명에게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도 망연자실한 채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진흙과 단열재 등의 잔해로 뒤범벅된 집터를 뒤지던 주민 패트릭 더피(62)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며 탄식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도 이번 참사에 위로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 코클리 오클라호마시티 대교구장에게 보낸 전보에서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앞으로 놓인 복구작업의 막대함을 마음에 두고 있다”며 “연대와 기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사람과 피해를 당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보낸다”고 에두아르도 델 부에이 부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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