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美국무장관 “중동 평화협정 추구할 것”
구체적 현안 언급은 없어…’외교관 DNA’ 강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처음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북한의 핵실험 임박과 이란 문제 등 산적한 국제현안으로 새로운 인생도전에 나선 그의 발걸음이 무거울 법도 했지만 이날 그는 미국의 외교수장으로 변신한 의욕을 과시했다.
오전 9시께 국무부 청사 로비에 그가 나타나자 직원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붉은 넥타이를 매고 나온 그는 ‘열정’을 드러냈다.
우선 “국무부 청사 어디서인가 나를 만나면 길을 잃어서일테니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만 말해달라”며 국무부 터줏대감들에게 ‘신고식’부터 했다.
그러면서 지난 8년 동안 국무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 등 여성이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남자가 국무부를 잘 이끌 수 있을까”라고 농을 던졌다. 직원들은 환호했다.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그는 “물려받은 임무가 산적하고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8년간의 상원의원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맡은 만큼 국무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파악할 때까지 신중하게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날 연설도 “짧게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았다.
케리 장관은 전임자인 클린턴을 깍듯하게 예우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미국의 가치를 선양했다”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가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또 자신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뢰에도 감사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명성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직업 외교관 출신인 부친과 유엔에서 일하는 여동생, 모잠비크에 태어난 아내는 5개 언어를 구사한다고 소개하면서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자신뿐 아니라 가문 전체에 퍼져 있는 ‘외교 DNA’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으로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의 미국 외교관이 피살당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7만명의 국무부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케리 장관은 “그들의 애국심과 용기가 정치에 의해 흐려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11세 때 발급받은 낡은 외교관 여권을 보여주었다. `2927’이라는 숫자가 찍힌 여권을 들고 “그땐 이런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또 농담했다.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독일 서베를린으로 처음 나갈 때 여권을 받은 것이 1954년이었다고 소개했다.
공산권인 동베를린 구역을 자전거로 여행하다가 서베를린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의 안도감을 느끼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를 배웠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정말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리고 57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위대한 모험을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케리 장관은 20분 정도 연설을 마치고 직원들과 악수를 한 뒤 “자 이제 일하러 가자”면서 곧바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으며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실제 업무를 시작한 2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오찬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6년 반 동안 국무장관을 지낸 슐츠는 옛 소련과 핵 군축협상을 추진한 인물이다.
지난 1일 오후 의회 의사당에서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 주재로 제68대 국무장관 취임 선서를 한 그는 주말에도 국무부 당국자들과 자신의 측근 보좌관들로부터 북한 핵실험 동향과 6자회담 당사국들의 움직임 등을 보고받으면서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