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재호…‘노동운동’에 ‘착한 일’, ‘정치’까지?

연기자노조 시위 앞장, 연말연시 봉사활동,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도


75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원로 연기자 송재호씨. 한 때 “<노인과 바다>의 안소니 퀸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2011년 2월 연합뉴스 인터뷰)”던 그가 최근 부쩍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먼저 노동운동을 한다. 23일로 12일째 KBS를 상대로 촬영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최대 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인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의 행사 땐 이순재 등 원로배우들 바로 옆, 가장 앞줄 가운데쯤에 선다.

현재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 연기예술학부 교수와 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송재호씨가 최근 KBS의 출연료 미지급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방송노동조합원들과 함께 출연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송씨는 그러나 MBC수목드라마 <보고 싶다>에는 전격 합류한다.

두 번째는 착한 일. 오는 24일 성남 야탑동 소재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예가원’을 방문, 동행한 악사들과 실내악으로 음악회도 열고 행복편지를 읽어주는 한편 동행한 화가들이 행복 포토존을 그려주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일산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 ‘행복산타 송재호와 함께하는 행복한 연말 음악회’도 가질 예정이다.

송씨는 “종국에는 내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며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등과 어깨를 기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치’다. 정확한 의도는?모르겠지만, 정치권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송씨는 소설가 복거일씨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나라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및 사회교육인’ 모임의 일원으로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2006년 5월25일 <필름2.0>이라는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이 좋아서 정치권의 제의가 있었을 법 한데 뜻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여러 당에서 수차례 왔었다. 그런데 다 필요 없다. 국회의원 할 때만 누구나 그러지, 그만두고 나면 한 데 아닌가. 난 앞으로도 안 한다. 요즘은 구멍가게를 해도 거기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우리 하는 일은 양다리 걸치면 다 찢어진다”고 손사래를 쳤다.

‘국민 아버지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송재호씨는 요즘 왜 작품 속이 아닌 뉴스에 자꾸 등장할까. 한예종 교수와 교회 장로 일은 양다리라고 볼 수 없지만, 정치권에 발을 들일 셈법이라면 6년 전 자신이 지적한 ‘양다리 다 찢어질 일’을 감행하는 셈이다.

추측으로 사건을 재구성 해봤다. 지난 15일 소설가 복거일씨와 친한 송씨가 엉겁결에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 자리에 합류했다. 그런데 주변의 시선이 별로 곱지 않았다. 후배 방송인들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크게 박수를 쳐줬던 주변 사람들이 두 패로 갈렸고, 한 패는 금세 싸늘한 시선을 보내왔다.

송씨는 이런 종류의 싸늘함이 싫었다. 그래서 자신이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사실이 빨리 잊혀지길 바라며 “착한 일 한다”는 소식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돌렸다.

믿거나 말거나.

송재호씨는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1·4 후퇴 때에 부산으로 피난, 동아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 KBS에서 성우로 일하다가 1964년 충무로를 찾아 영화 <학사주점>으로 데뷔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합치면 200편이 훌쩍 넘는다.

아무튼 그가 국민배우라는 사실은 변함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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