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등학교 ‘급식’ 드셔 보셨나요?

한 초등학교 식당에서 한 학생이 식수대에 입을 갖다대고 물을 마시고 있다.

8일?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급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김치, 돼지고기 볶음, 열무된장국, 부침두부가 반찬으로 나왔다. 밥은 현미 잡곡이었다.

촌스러운 스테인리스 식기에 나온 음식은 사내 급식에 익숙해 있던 기자에게 초라해 보였다. 군대 ‘짬밥’이 생각났다. 대학에서 2300원 정도에 판매되는 음식 수준이었다.?실제 인천시교육청이 집계한 2011년도 인천 초등학교 학교급식비 현황을 보면?한 끼 비용이 2000원 안팎이었다.

함께 식사를 한 선생님은 “봉투를 들고 와 몰래 버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리곤 방과 후 햄버거를 사 먹는단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식수를 먹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컵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기자는?아이가?뒤꿈치를 들고 수도꼭지에 입을 갖다 대 먹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다. 서울대공원 등 야외에서나 보던 광경이다.

밥을 먹고 나오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급식 어때?” “맛있는데요” 5명의 친구에게 물었는데 다들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한다고 했다. 다행이긴 했지만, 사내에서 좋은 급식을 먹어본 어른의 입장에서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들은 급식은 다 그런 줄 아는 것일테니까.

무상급식이다 보니 재정이 충분치 않아 생기는 문제라 본다. 부족한 예산으로 영양사와 조리사는 최선을 다해 만들고, 학교도 부단히 노력할 것이란 것을 잘 안다. 현미잡곡밥도 반대가 많았지만 이 학교 교장선생님의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초등학교 급식예산을 올려야 된다거나 급식비를 조금이라도 걷어야 된다는 주장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초등학교 급식을 먹어본 어른이라면 어떻게든 변해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 같다.

더욱이 지역별로 많게는 한 끼에?1000원 이상 차이 나는 것은 문제다. 식판이라도 어린이에 맞게 교체해 주면 어떨까. 모든 아이들이 동등하게, 어른보다 좋은 밥그릇에 잘 먹어야 하지 않겠나.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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