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한국인회장 후보 국적이 ‘미국’?…교민사회 ‘논란’

지난 2010년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베이징 교민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자료사진=온바오>

재중한국인회, 대한민국 국가정체성 포기

[온바오=김병묵] 재중한국인회가 차기 회장선거에서 미국 국적 한인을 후보로 받아들였다. 선관위 스스로 한국인회 정관에 위배됐음을 인정하고 교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결정을 했다.

현재 한국인회와 선관위는 이같은 결정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 것인지, 또한 이같은 결정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80만 교민을 대표한다고 자처하는?단체와 핵심 인원이 최소한의 상황 인식도 안 되니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숨이 절로?나온다.

제7대 재중한국인회 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미국 국적의 한인을 투표로 후보 자격을 인정을 했다. 그리고 이같은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까지 발표했다. 요지는 정관에 위배되고 한국 국적자가 아니지만 시대적 변화와 한국인회 기존 경력을 감안해서 후보 자격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민족과 국가도 구분 못해서야”

선관위는 발표문에서 “강일한 입후보자는 정관에 의거 후보자격(한국국적소지자)는 아니나”라고 자격이 없음을 선관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다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방향에 능동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재해석이 필요한 바 정관을 만든 전 한인회장단(고문단), 현 한인회장께 자문을 구한 즉 당시 조선족 참여를 배제해달라는 중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입한 단순문구로 한중 수교 20주년이 흐른 지금 그에 걸맞는 정관의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라며 정관을 어긴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결정과 행태는?현임 회장을 비롯해 전임 회장들이?정관을 초월한?조직 최고 결정권자임을 과시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영향력 있는 소수 인물의?생각과 의지에 따라 임의대로?운영되는 단체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구성원 공동의 약속인 정관은 형식으로 삼고 실제는 몇몇 인물에 의해, 몇몇 인물을 위해 운영되는 단체가 한국인회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전 한국인회장 누가, 중국정부의 조선족 참여를 배제해 달라는 요청을 단순한 요구로 해석했는지 모르나 이는 한국인회 존폐, 한중 양국의 외교 문제와 직결되는 핵심사항임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중국정부는 ‘1국가 1단체 인정’이라는 규정을 세우고 한국상회만 한국 민간단체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회는 민간단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제 활동은 보장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행사에도 한국 대표로 한국인회 회장을 참석시키고 시장이 한국인회 행상에 참석하는 등?실질 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한인회’가 아니라 ‘한국인회’라는 전제조건에서?가능한 것이다. 중국 조선족 동포는 국적으로 따지면 엄연히 중국 공민이다. 민족적 정체성에 근거한 ‘한인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중국 공민인 조선족 동포를 대표한다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타국의 국민이 자국에서 단체를 만들고 자국민의 일부를 대표한다고 하는 행태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현지의 한국 국민이 자체 모임을 만들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은 간섭할 이유가 없다. 한국인회는 한국 국민의 해외 자치활동단체로 성격 규정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또한?중국 현지에서 한국인회가 중국의 법과 사회를 존중하고?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양국 민간 교류에서 긍정적 역할을?해왔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실체를 인정해온 것이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국인회가 나아갈 바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한국 국내에서는 민족과 국가는 일치된 개념이 형성됐지만 대한민국을 벗어나면 전혀 다르다. 세계에는 현재 우리와 같은 단일민족국가보다는 다민족국가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현대인류는 근대국가의 정체성과 체제를 확립하면서 과거 민족분쟁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재 한민족이 세운 나라는?국제사회적 관점에서 보면?한국과 조선, 2개의 나라가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동포들은 국적으로는?엄연히 해당국의 국민이다. 물론 재일동포는 일본정부가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내용적으로 일본인이지만 형식적으로 한국 국민인 상황이다.

민족은 역사와 전통에서 유래된 문화적 공통성에 따른 정체성이다. 민족은 현행 국제법, 국내법 등이 근거로 삼는?법률적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 개념이다. 현대인류는 민족 정체성이 아니라 국가라는 정체성과 제체, 법률을 전제로 하고 사회적, 국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민족적 공동체가 국가간의 갈등과 모순을 현실화할 수 있다면 이를 피해야 한다. 전세계 한민족이 국가를 초월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전근대적 발상에 따른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의 한민족 지역분포를 감안하면 민족적 관념이 국가간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잠재성이 충분히 있다. 조선족 동포가 중국 공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민족과 국가를 일체화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이 민족 문화적 동질성을 넘어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려 한다면 이는 해당국 정부와 갈등과 모순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중국이 통일한국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재중한국인회를 국가 정체성에 따른 단체로서 성격을 규정한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국제적 평화와 공영의 인식에?따른?것이다. 그런데 이를 단순 문구라고 해석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근본으로 삼는 단체로 재해석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과 시도이다.

재중한국인회는 한중 양국의 평화와 번영에 민간단체로서의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정관까지 무시하면?특정인을 위해 한국인회의 근본까지 뒤흔들고 있는가? 과연 한국인회라는 집단과 역사를 초월한 절대전능의 인물이기 때문인가?

정관도 무시하는 실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선관위는 발표문에서 강일한 씨가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는 아니지만 지역 한국인회 회장을 역임했고 재중한국인회 수석부회장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법원에 국적포기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며 두번째 이유를 들었다.

이는 재중한국인회가 정관에 위배된 지역한국인회의 결정을 바로 잡는 역할을 포기하고 게다가 정관에 위배된 인물을 수석부회장으로 삼고 있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이번 입후보 과정에서 이미 일부 지역과 교민들이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존의 잘못’을 확대해서 한국인회의 근본을 흔들고?있다.

미국 법원에 국적포기 신청을 해서 이미 결정이 나고 대한민국 국적을 획득해서 대한민국 여권으로 중국에 입국했으면 문제될 일이 아니다. 또한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간부나 고문으로서 활동을 하려고 했어도 문제될 일이 아니다. 선관위가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했듯이 미국 국적자를 정관을 어기면서까지?80만 한국교민의 대표로 세우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약에 강일한 씨가 한국인회 회장이 되면 “80만 한국교민을 대표하는 현재 미국 국적을 포기하려고 하는 미국인 강일한입니다”라고 소개할 것인가? 또한 대한민국 주중대사관은 법적 미국인을 교민 대표로 인정하고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 정부와 인민이 한국 교민 대표로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에 미국 국적 한국인회 회장이?법률적 혹은 국제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 한미 정부 중 어느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

한국인회의 국가정체성까지 포기하고 정관까지 어기면서 후보로 인정한 실제 이유와 목적이 뭔가? ‘추대후보’ 신청을 받는다고 할 때부터 한국인회 일부 간부들이 “모 후보는 돈을 얼마를 쓴다고 약속했고 모 후보는 돈이 없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또한 일부에서는 “돈으로 매수됐으며 그 증거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회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임 회장을 비롯해 기존 회장들이 사재를 털어서 운영해 왔다. 하지만 국가 정체성도, 정관도 포기하고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을 회장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면 ’80만 교민의 대표’가 아니라 사조직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인회와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한국인회를 돈으로 명예를 살 수 있는 단체로 전락시킨 처사이다.

한국인회는 ’80만 교민의 대표’라고 스스로 주장해 왔다. 실제 회장 선출 과정과 정관, 교민 참여도를 감안하면?얼마나 많은 교민이 한국인회의 대표성을 인정하고 있을지 회의적이다.?

최근어 중국 현지 코리아타운 경기가 말이 아니다. 10년, 20년 된 ‘장수’ 교민과 기업이 울상이 되어 돌아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이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제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에 교민과 기업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교민단체가 되지는 못할 망정 “돈이 한국인회 국가정체성까지 흔들었다”라면 교민사회의 냉소와 불신은 더욱 팽배해질 것이다.

한국인회가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이를 바로 잡기를 바란다. 우리는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며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현지 중국인에게 한국을 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재중한국인회가 미국인을 회장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중국 정부와 인민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보겠는가? 아직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은 주권을 미국에 의지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왜 한국인회가 80만 교민을 운운하며 국가의 명예를 거래하려고 하는가?

이번 결정에 근거를 제시한 한국인회 회장을 비롯해 고문들은 교민사회의 어른들이지 않은가? 우리 유학생들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뭘 보고 뭘 배우겠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제발! 한국 교민의 이름을 팔아 나라와 국민의 국제적?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온바오=김병묵>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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