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시아필 ‘합창’에서 ‘런던올림픽’을 떠올리다
“Alle Menschen werden Brueder(전 인류가 형제가 되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의 한명인 정명훈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7일 밤 8시 서울?예술의 전당에서 베토벤교향곡 제9번 d단조, 작품 125(1824) ‘합창’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는 단연 제4악장이었다. 소프라노 김영미,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강요셉, 베이스 박종민 등 4명의 독창자들과 합창단이 부르는 ‘환희의 송가’가 열렬하게 콘서트홀에?울려 퍼지면서 런던에서 펼쳐지고 있는?인류 화합의 제전 런던올림픽이 오버랩되었다.
‘온 인류가 한 동포되어 참다운 평화를 이룩하라!’는 긴요하고 절박한 메시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각각 3분의 1씩 맡아?연주됐다. 이는 마침 한국팀이 대선전을 펼치고 있는 올림픽과 맞물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제1 바이올린에서 서울시향 악장이자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소속의 스베틀린 루세브와 첼로의 연세대 양성원 교수가 열띤 연주로 분위기를 돋웠다.
‘합창교향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대개?송년 음악회 등에서 많이 연주된다. 아시아필은 서곡이나 협연자와의 협연곡 없이?한 작품의 공연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듯 했다. 정명훈 역시 자신의 분신인 오케스트라를 열정을 다해 조율했다.
음악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이 작품은 가혹한 운명에 맞서 불굴의 의지와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살다간 베토벤이 인류에게 남긴 거대하고 명료한 메시지이다. 언제나 우리의 폐부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이 음악의 마지막 악장에서 베토벤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자유)에 부침’에 기대어 모든 인간의 화합을 통해서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이상향을 노래했다”고 평했다. 공연은 ‘합창’에 나오는 짧은 소품의 앙코르로 마무리를 했다.
아시아필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창안해 호소력있는 음색과 도전적인 연주로 매년 8월 서울과 도쿄 등 아시아 각지 순회 공연을 해왔는데 올해도 국내 오케스트라의 연주실력을 뛰어넘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아시아 단원들의 빼어난 연주력으로 뭉친 아시아필이 샤를르 뒤투아가 이끄는 린덴바움 오케스트라 등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뛰어넘는 연주력으로 계속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