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밀경찰’ 의혹수사, 형법상 간첩죄 적용 법원 반대로 못해

2022년 12월 29일 오후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왕하이쥔 식당 대표가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비밀경찰’ 의혹 수사에 필요한 형법상 간첩죄 개정이 법원 반대에 가로막혔다. 한강변 중식당에서 중국 비밀경찰이 재한중국인 영사 업무를 했다는 의혹은 충격이었다. 국정원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나 성과 없이 종결됐다. 형법상 간첩죄 조항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모처럼 여야 합의하듯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지금도 소위에서 발이 묶여 있는 중이다. 올 1월부터 국정원 등이 진행한 중국 비밀경찰 조사는 소득 없이 종결돼 무력감만 남겼다. 식품위생법 위반 등 우회수사만 진행됐을 뿐이다.

비밀경찰이 재한중국인 정보 수집과 불만자들을 감시·송환했다는 불법은 징치할 수 없었다. 형법상 간첩죄는 6·25 직후 만들어졌다. 그래서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 현재 적국으로 규정된 단체는 북한뿐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간첩죄의 구멍을 메울 형법상 간첩죄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정안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계’하는 행위로 규율 범위를 확장했다. 개정안은 즉각 법사위 소위에 올랐다. 법사위 고유 법안이라 형법은 소위만 거치면 본회의로 간다. 하지만 3월, 6월 두 차례나 불발했다. 법원행정처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법률 제·개정 시 행정 사법부 의견도 듣는다.

법무부는 찬성한 반면, 법원행정처가 반대했다. 이유는 “군사기밀보호법으로도 처리…” “동맹국과 적국 간첩을 같은 형으로 처벌하는 게 타당하냐”는 거였다. 법원 반대로 개정안은 최근엔 상정도 못했다. 이에 홍익표 의원은 행정처 동의와 법사위의 빠른 의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사기밀보호법과 형법상 간첩죄는 규율 대상과 소관기관까지 판이하다. 두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부터 다르다. 군사기밀은 1급~3급만 처벌 조항이 있다. 등급 이하 정보 유출범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간첩죄로 처벌 받으면 보안관찰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군사기밀 유출은 단순 전과자일 뿐이다. 그러니 특별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타법과 형량 차이는 맞추면 돼는데…법원행정처가 ‘마이너’한 문제로 걸고 넘어진다.”(홍익표) 한미일 관계 정상화와 대 중국 포위로 중국 비밀경찰 등의 첩보전은 심각해질 거다. 법관들이 법리의 침소봉대로 국익에 눈을 감는가? 개정안 통과로 간첩죄가 남발되면 안 된다는 걸 텐데…

인권보호만 강조하는 게 때론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형법 개정에 사법부가 보수적인 자세인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도 간첩죄를 강화했다. 국제법상 상호주의에 입각, 우리도 간첩죄를 확장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형법 개정안과 유사한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여야도 아니고 국익이 걸려있는 중요 문제다. 신속하게 간첩죄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판사들이 국익 침해나 한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스파이들의 암약을 막는 건 중차대한 일이다. 국익을 위해 서둘러야 할 긴급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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