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의 뉴스돋보기]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된 존재

[한겨레] 이석기 등 진보당 비례후보 대부분 ‘동일 IP서 몰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에 대한 당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동한)의 조사 결과, 비례대표 경선의 85%를 차지했던 인터넷(온라인) 투표의 상당수가 동일 아이피(IP)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가 곧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 한곳에서 60~200여명의 당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100% 몰표를 던진 사례도 다수 확인돼, 현장에서 ‘대리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사례는 당권파인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 비당권파 및 참여당 계열 등 정파에 상관없이 나타났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2차 진상조사특위의 자료를 보면, 최소 30여개의 동일 아이피에서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200명이 넘는 당원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아이피에서 투표한 당원이 가장 많은 경우는 모두 286명이 투표한 사례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출신 문경식 후보가 100%인 286표를 모두 얻었다. (하략)

*원본보기는 클릭 후 확대버튼

*통합진보당 당권파(구 당권파)의 비례대표 경선부정 기행(?)이 갈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조나 농민회 사무실에서 수백명이 한꺼번에 투표한 것은 조합 배부 선거라면 ‘편의상’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공당에서 입법기관을 선출하는 것이라면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묶는 행동’마저도 조심스럽고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엄격함이 무너지고 나니 중국집과 건설회사에서 다수가 투표를 했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사상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양식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1980년대 민족민주(NL)계열 학생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나만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독단적인 생각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의나 선을 이루기 위해 사소한 부작용은 무시한다’는 무뢰한 행동양식을 ‘동창회 패거리문화’ 양식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들에 대한 인상은 출입기자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민주노동당을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직접 느낀 것입니다. 이석기 의원이 진짜로 민족과 조국을 그토록 사랑하다면 회사를 차리고 결혼을 한 것도 위선으로만 보입니다. 베트남의 지도자로 ‘반은 레닌, 반은 간디’라 불리던 호치민은 조국을 해방하고 바로 세우기 위해 일하느라 바빠서(!) 독신으로 평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을 포함한 구당권파는 5공 군부독재라는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된 듯 기이한 존재입니다. ‘100%투표, 100% 지지’라는 수치는 이를 잘 보여 줍니다.

물론 구당권파의 괴상한 정치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민족이 당면한 대부분의 모순이 ‘분단’에 기인한 것임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news@theasian.asia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