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은행銀杏-우리 부부의 노래’ 구상

나 여기 서 있노라
나를 바라고 틀림없이
거기 서 있는
너를 우러러
나 또한 여기 서 있노라.

이제사 달가운 꿈자리커녕
입맞춤도 간지러움도 모르는
이렇듯 넉넉한 사랑의 터전 속에다
크낙한 순명順命의 뿌리를 박고서
나 너와 마주 서 있노라.

일월日月은 우리의 연륜年輪을 묵혀 가고
철따라 잎새마다 꿈을 익혔다
뿌리건만

오직 너와 나와의
열매를 맺고서
종신終身토록 이렇게
마주 서 있노라.

– 구상(1919~2004)시선집,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홍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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