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캔사스로열스 엄형찬 포수, 자넨 꼭 해낼 걸세”
아침에 스포츠 뉴스를 보는데 ‘해외야구란’에 엄형찬 포수의 기사가 떴다. 너무 반가워 클릭해 보니 엄형찬 포수가 스프링캠프에서 활동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5분간의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랑스러운 엄형찬 선수를 보면서 갑자기 수많은 생각들이 오버랩 되면서 지난 추억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삼성라이온즈팀에서 나와 미국 친구 앤디의 도움으로 홀로 무작정 미국에 갔던 일이다. 아무 준비도 없이 41살에 선진야구를 배우기 위해 간다는 것은 정말 모험이었다. 무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이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을 새롭게 잡았던 기억이 난다.
미국생활 10년 동안 마이너리그를 걸쳐 메이저리그까지 숱한 어려움과 역경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삶에서 가장 보람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이때 나의 마음을 가장 많이 설레게 했던 것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배우는 것처럼 나를 흥분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백지에 나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그려가면 되었다.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엄형찬 선수도 어린시절부터 꿈꾸던 생각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된다. 엄형찬 선수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두려움보다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간다면 머지 않아 엄형찬 선수가 꿈꾸던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서 당당하게 주전 포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작년 제6회 이만수포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엄형찬 선수의 인터뷰에서도 많이 강조한 점이 프레이밍에 대한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보지 못한 훌륭한 투수들의 까다롭고 예리한 볼을 안정되게 잡고 프레이밍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15분 짜리 동영상에서 나는 엄형찬 포수가 안정되게 마이너리그 투수 볼이든 메이저리그 투수들 볼이든 편안하게 잡는 모습을 발견했다.
작년 나는 엄형찬 포수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가장 먼저 팀 투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다 파악해서 기록해야 한다. 연습 때 불펜에서 공만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투수볼에 집중하면 어떤 폼에서 어떤 볼을 던지는지 잘 파악할 수 있다. 포수는 볼만 받아주는 자리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여러 방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야구 끝날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 아직 어리고 만들어 가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뭣보다 지금 엄 후배는 오직 연습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야구 본고장인 메이저리그에서 공격적인 볼배합을 잘 배우기를 바란다. 도망가거나 수싸움을 하기보다는 투수의 장점을 파악한 공격적인 볼배합으로 한층 박력 넘치고 스피디한 경기를 이끌어가는 포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나도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했다. 아마에서 프로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지금부터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수많은 경쟁자들과 겨뤄야 한다. 여전히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보상도 크다는 것을 명심하고 달려가기를 당부한다.
야구는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은 나 자신과 싸움이다. 몇 년 후 메이저리그에 엄형찬이라는 이름이 크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엄형찬 포수는 공부하고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당부한 이야기들을 잘 실천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야구인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