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흔들리는 미국 ‘한인 공동체’

영화 <미나리> 한 장면


올초 윤여정씨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 가정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줬습니다. 내후년이면 한국인이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지 110년, 현재 미국 50개주 어디서나 한국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사회 속 한인들의 삶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반세기 동안 재미 언론인으로 활약해온 김정일 <시카고 VOKATV> 해설위원의 글을 독자들께 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김정일 시카고 VOKATV 해설위원]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한인사회가 걱정스럽다. 필자가 거주하는 시카고만 해도 수십년에 걸쳐 세워진 한인회, 상공회의소, 상록회, 실업인협회 등이 모두 폐점 상태다. “내가 누구를 위해서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이 없는 것이다.

우선 한인사회는 커뮤니티라는 정의조차 확립이 안 되어 있다. 웹스터사전에 따르면 ‘Community’는 ‘지역적, 문화적인 동류집단일 뿐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 단체’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적, 경제적, 법률적 능력 강화를 위한 공동체이다.

우리의 공동의 이익이라면 우선 잘 먹고, 괄시 안 당하고, 변두리 삶에서 벗어나는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형편은 제대로 된 생업도 없고, 민권단체도 없다. 구성원들의 변두리적 사고는 여전하다.

영화 <미나리> 포스터

코리안아메리칸(Korean American)이란 이슈를 정립하는 게 실패한 탓이다. 역부족과 인식 부족 때문이다.

한인사회를 겨냥했던 가장 큰 도전 거리는 그동안 △LA 폭동 △불스 난동 △혐오범죄 △윤원준 피살 등을 들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세기적인 사건들에 대한 대처와 피해 인식이 부족했다. 특히 이후에 교훈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LA 한인사회는 폭동 후에 LA 시청 앞에 가서 1주일 정도 사물놀이 한 게 전부다. 이에 대해 엔젤라 오 변호사는 “한인사회가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개탄했다. 당시에 일부 지식인들이 처방전을 내놓았으나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4반세기가 훌쩍 지나면서 지금 이 이슈는 완전히 잊혀진 상태다.

더욱이 시카고 한인사회는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1970년대부터 약 30년 동안 흑인 상가에서 벌어 먹고, 그 다음에 세탁업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우리 상인들은 흑인 상가에서는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세탁업은 이제 사양산업이다. LA, 뉴욕, 브라질, 애틀란타에서 한인들이 봉제업, 청과상, 청소업, 패션업 등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시카고에서는 한인회와 문화회관, 민주평통 자리를 놓고 누가 힘이 센지 자랑이나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긴 회관 안에서, 북 치고 장구 칠 때, 우리 생업은 쪼달리기 시작했다. 후속 업종을 찾지 못해서이다. 먹고 사는 문제뿐 아니라, 민권 및 인권에 대한 무방비상태는 반세기가 지난 역사를 가진 커뮤니티 치고는 거의 빵 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팬데믹 이후 혐오범죄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한 인식이나 대처 능력은 여전히 낙제 점수였다. 아시안 사회의 70%에 해당하는 1세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무방비 상태다. 그나마 시카고의 한국사회연구원이 AAPI(Asain American pacific island)와 연계해서 서베이를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이민 한인 1세대들의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연 개선점은 있는가?

먼저 한인사회의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 한다. 60년 된 한인회가 문을 닫았는데, 이것은 부분적인 땜질을 해서 고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커뮤니티 구성인들이 중지를 모으고, 타 커뮤니티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명감과 능력을 갖춘 1.5세, 2세들을 영입해야 한다.

1970년~1980년대에 의사, 교수, 지식인들이 나와서 커뮤니티 봉사를 시도했지만, 당시 일부 저질 신문의 무분별한 비판 때문에 이 시도가 좌절됐다. 무보수 봉사자들은 자존심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진정한 봉사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즘 한인사회에 돈이 말랐다는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팬데믹 이후 폐점하는 소기업이 많아 고령자 은퇴 자금이 날아간 것이다. 사회보장 수령액은 적고, 노인용 아파트는 아직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시카고의 식품점이나 식당, 심지어 제과점에서 쇼핑을 하면 이 돈이 다음날에는 서울이나 뉴욕, LA로 가고 시카고에 머무는 돈은 없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시카고 토박이 비즈니스는 다 죽은 거나 다름없다.

미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는 필수적이다. 그러니 타 커뮤니티에서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한인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언론사와 교회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커뮤니티 내 언론사의 내리막길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지금 전파료 내고, 인쇄비 들이면서 신문과 방송 하던 시절은 끝났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새 미디어가 출현해야 한다. 하지만 돈도 없고, 박수도 없고, 장래도 없는 이 분야에 뛰어 들 사람과 자본이 과연 있을지 미지수다.

시카고 소재 한인교회들이 한국교회와 인터넷으로 연결해 예배드리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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