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어머님 은혜’ 작곡 박재훈 목사··· ‘어서 돌아오오’ ‘지금까지 지내온 것’ 등 찬송 수백곡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산골짝의 다람쥐’ ‘눈꽃송이’
“모세와 바울같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시는 분”
[아시아엔=임현수 캐나다 큰빛교회 원로목사] “아, 박재훈 목사님”
박재훈 목사님이 태어나신 1922년은 삼일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보다 3년 후 입니다. 아직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던 고달프고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그야말로 흑암에 앉은 백성 같이 소망을 갖기 힘들었던 고통의 시대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목사님은 태어나시면서부터 민족의 한을 풀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목사님은 한국 교회음악계의 큰 별이셨습니다. 이런 큰 별이 있었기에 흑암에 앉아 있던 우리 백성들이 소망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큰별이신 목사님은 작은별들도 수없이 거느리셨습니다. 동요라는 예쁜 별들, 합창곡이라는 아름다운 별들, 여성 중창곡이라는 청순한 별들, 찬송가라는 거룩한 별들, 그리고 오페라라는 별무리들을 거느리셨습니다.
6.25전쟁 이후에 선명회합창단을 만들어 미주에 한국을 알렸고, 서울 영락교회에서 오랫동안 지휘하시면서 한경직 목사님과 동역하셨고, 서울대, 한양대를 비롯한 대학에서 제자들을 키우셨던 교수이셨으며, 젊었을 때에는 대광고등학교 음악교사도 하셨으며, 러시아에 선교의 문이 열린 후에 러시아 찬송가를 만들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모든 나라에 보급해 주셨고, 성숙하셨던 인생 말년에는 큰빛교회를 개척하셨으며-4형제 모두 목사-임현수 목사가 담임목사가 된 이후에는 7년 동안이나 성가대 지휘자로 섬겨 주셨던 둘도 없는 겸손한 목회자이셨습니다.
박재훈 목사님은 모세와 바울같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평양 요한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면서 어린이 동요 150곡을 작곡해서 전국의 어린이들이 일본 노래를 버리고 우리 동요를 부르게 하셨습니다.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숲속의 매미가 노래를…”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흰구름 뭉게 뭉게 피는 하늘에…” “송이 송이 눈꽃송이….” 이런 동요를 150곡 작곡하여 전국의 학교에서 우리말로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찬송을 작곡하여 수많은 교회당에서 어린아이들의 입으로 하나님을 찬송하는 소리가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성경학교 주제곡을 작곡하셔서 수만개 교회학교 아이들이 목청을 높여 불렀습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오늘, 동요를 부르며 목청을 다해 찬송을 부르던 그 아이들도 이젠 성인이 되었습니다. 근 6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동요를 작곡하던 꿈 많은 청년은 백발의 노인이 되셨습니다. 그 분이 현재 99세의 박재훈 목사님이십니다.
박재훈 목사님은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함에 뛰어난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사도 요한처럼 장수하게 하시면서 한국음악의 원로로, 한국동요의 대부로, 가장 많은 곡을 작곡한 찬송가 작곡가로, 오페라 작곡가로 지난 100년 교회역사의 증인으로 남겨 놓으셨습니다.
‘어서 돌아오오’, ‘지금까지 지내온 것’, ‘눈을 들어 하늘 보라’ 등의 찬송가 800곡을 남겼고, 어린이 찬송가, 러시아 찬송가, 그리고 유관순, 에스더, 손양원 등의 오페라와 수 많은 합창곡, 중창곡, 동요를 남겨 주셨습니다.
나는 박 목사님과 1986년도부터 함께 사역하면서 큰빛교회를 36년간 섬겨오고 있는데 이제는 저도 원로가 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30년 이상을 모시고 지냈는데 단 한번의 갈등도 없었고 변함없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의 뛰어난 신앙과 겸손 그리고 욕심이 전혀 없으신 검소한 삶 때문일 것 입니다. 그 분은 인격자이십니다.
내가 36년을 지켜 본 박재훈 목사님은 소년같이 마음이 맑으신 분이시고, 36년 동안 단 한번도 후임자인 저와 단 한번의 갈등도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품어 주셨고, 예수님처럼 관용하며 참아주셨습니다. 그야말로 성자 같으신 분이십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믿음으로 달려 갈 길을 다 달려 사명의 길을 완주하신 박재훈 목사님을 영광의 나라로 불러 주셨습니다.
큰별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거목이 뽑힌 빈 자리가 느껴집니다.
하나님을 너무도 사랑하시어 모든 무리 중에 경외심이 뛰어 나셨던 목사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한순간도 잊지 않으셔서 생의 자세가 단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으셨던 십자가 중심의 목사님, 북한 백성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며 복음 통일을 그렇게도 간절히 기다리셨던 애국자 목사님.
아들도 사위도 훌륭한 목사로 만들어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나님께 드렸던 것처럼 사랑을 바쳤던 목사님, 선교사님들을 말없이 사랑하셔서 있는 돈 없는 돈을 일일이 한분 한분에게 선교비로 보내시며 평생 선교를 실천하셨던 경건한 노인 시므온 같으신 목사님.
목사님을 추모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교회는 박재훈 목사님이 계셨기에 삼대-박재훈 임현수 노희송- 이어 복음 사역을 잘 감당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전교인, 전교민이 단 한사람도 예외 없이 박 목사님을 존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사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