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 사진가 “필리핀, 베트남, 태국 사람 구별하나요?”
명동 롯데百 6월10일까지 다문화가정 사진전 개최
유명인사와 연예인 등 인물사진으로 일가를 이룬 조세현 사진작가. 그가 2000년대부터는 장애인, 입양아동, 미혼모,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6월10일까지 롯데백화점 13층 문화홀에서 열리는 다문화가정 사진전 <the family>도 그 연장선에 있다.
조세현 작가는 신부인 외삼촌의 영향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유명 연예인과 함께한 입양아 사진 캠페인 ‘천사들의 편지’는 한국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조 작가는 2009년부터 한국여성재단 공익캠페인 <날자>에 참여해 현지에서 다문화가정의 얼굴을 담기 시작했다. <날자>는 이주여성과 그의 가족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각자의 친정, 처가, 외가를 직접 방문하며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30일 사진전에서 만난 그는 “사진가로서 할 일은 우리들 초상 안에 비쳐지는 영혼들의 솔직한 모습을 오늘 사진으로 남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만났던 우리들의 멀고도 가까운 사돈댁들은 하나같이 인정 많고, 친절하고 또한 밝은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런 가족들 속에서 자라나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니 얼마나 아름다운 성정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런 사람 냄새를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조형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베트남과 태국 현지에서 그리고 국내 곳곳에 살고 있는 이들 가족을 찾아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조세현 작가의 진정어린 모습은 늘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세현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동남아시아 구석구석 이주여성들의 친정집을 찾아 다녔다. 열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간 것도 모자라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가까스로 도착했지만, 홍수 때문에 촬영을 포기하고 헛걸음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런 고생이 먼 나라 가족들에게 느껴져서일까. 사진에 나타난 표정은 모두들 밝고 자연스럽다. 조 작가는 “자연스러운 얼굴을 담기위해 하루 반나절 이상은 함께 지내는 노력이 필요했다”며 “그렇게 친분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다 비슷해 보이던 동남아 사람들의 얼굴도 구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앞으로도 이번에 함께한 34가족을 계속해서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2~3년 단위로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족이 변해 가는 모습을 담으려고요. 1회성 행사는 제 체질에 맞지 않아요. 뭐든지 지속가능한 게 좋은 거니까요.”
조세현 작가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10년간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각종 패션매거진의 포토디렉터로 활동했다. 1992년 올해의 패션사진상, 2009년 아해선사진문화상, 2011년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를 맡아 인권과 장애인 복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