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이란
[아시아엔=알리레자 바라미 이란 ISNA통신 편집장]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과 이란 두 나라 모두 경제발전에 온 국민이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이란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나중에 한국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이후 오랜 동안 한국과 이란은 선린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몇달 동안 일어난 이란의 정치·경제상황과 미국의 압박으로 양국 관계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금부터 약 45년 전, 당시 골람레자 닉페이 테헤란 시장과 구자춘 서울특별시장은 ‘서울-테헤란 간 도로명 교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 위치한 도로는 ‘테헤란로’, 테헤란에 있는 도로에는 ‘서울로’란 이름을 붙였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길이 4km인 테헤란로는, 상업중심지에 위치하며 서울에서도 가장 중요한 중심지로 거듭났다. 수십년 동안 이곳에 세워진 고층 건물들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총 길이 3km의 ‘서울로’는, 이란 스포츠클럽들의 최고 메카인 이란올림픽위원회 건물과 테헤란 국제박람회장이 들어서 있다.
20년 전 테헤란의 ‘서울로’ 근처에 ‘서울공원’이 조성되었는데, 이 공원은 당시 말렉 메다니 테헤란시장의 주도로 한국-이란 수교 40주년을 기념하여 형성됐다. 한국의 소나무를 비롯해 중동에서 보기 힘든 수목이 많이 심어져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근처에는 다양한 상점들과 카페들이 들어선 ‘서울 쇼핑센터’가 조성되기도 했다.
한국 브랜드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테헤란 중심가는 삼성과 LG 텔레비전을 판매하는 상점과 이를 홍보하는 광고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란기자들은 이곳을 종종 기사로 다루곤 한다.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들은 도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저마다 삼성에서 만든 휴대폰을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불과 수개월 전, 미국 제재로 한국기업들이 이란 시장을 뜨면서 중국과 이란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길거리 광고판은 모두 다른 나라의 기업들로 바뀌었으며, 한국 제품을 파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재 조치가 곧 완화될 거라고 하지만, 한국 브랜드가 이란 시장에 재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란의 많은 젊은이들은 지금까지도 한국 가수들과 TV 프로그램을 사랑하며 유럽이나 미국보다도 한국 대학에서 유학하길 바라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언론들은 7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 자금이 동결된 데 대해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란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완전히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정치적인 외교’가 멈추더라도 ‘문화적인 외교’는 항상 작동하고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페르시아엔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파괴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법이다’라는 속담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는 있다. 번역 김동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