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안 국민투표 통과‥‘52살 대통령 41살 총리’ 키르기스스탄 확 바꾼다
[아시아엔=누르잔 카스말리에바 키르기스스탄 카바르 뉴스에이전시 국제부장] 작년 10월 4일 열린 키르기스스탄 총선은 부정으로 얼룩졌고, 부정선거는 결국 정권교체를 야기했다.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 사임 후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동시에 맡은 사디르 좌파로프가 지난 1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통해 키르기스스탄 제6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다. 52살의 신임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을 넘어 헌법 개정 등 체제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좌파로프는 순수 대통령제로의 복귀를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로 좌파로프 대통령은 4월 11일 실시된 개헌 국민투표에서 약 80%의 지지를 받으며 전임자들에게는 없던 강력한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 권력을 줄이는 한편 의원 수를 기존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헌법개정안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10년간 유지돼온 의원내각제(정확히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혼합형인 이원집정부제)에서 대통령제로 회귀하게 된다. 좌파로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의회제도가 키르기스스탄 실정에 맞지 않았다”며 “의회와 정당 체제는 신뢰를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키르기스스탄 헌법은 1993년 5월 5일 채택된 이후 지난 28년간 9번의 개정을 거쳤다. 새로운 헌법 초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위원, 지방정부의 장, 기타 주요 기관장을 임면할 수 있다. 법률안 승인 및 제
안권도 가질 수 있게 했다. 대통령에게 대부분의 권한이 귀속되는 것이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의원수를 현재 120명에서 90명으로 줄이고, 특히 의석의 과반을 비례대표로 선출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헌법개정안은 또한 ‘쿠릴타이’(kurultai)를 두어 국정 최고자문과 고문및 조정 역할을 맡도록 했다. 쿠릴타이는 대통령과 의회의 ‘감독관’이 될 전망이다. 사디르 좌파로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의 권한을 대폭 늘리고 있다. 기존 4명이던 부총리는 2명으로 줄었으며 정부부처 가운데 5곳을 제외하고는 통폐합 또는 개편됐다. 새 정부는 “모바일 정부에 최적화된 조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로 지명된 41살의 울루벡 마리포프는 “예전 정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현상은 잦은 정부교체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까닭에 국가발전이 저해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투표 이후 5개년 개발전략을 채택해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리포프 총리는 “급여와 연금 인상을 통해 국민 소득을 높여 빈곤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키르기스 국민 모두 양질의 교육 및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울루벡 마리포프는 “중소기업, 에너지, 의료문제 해결과 함께 지역 개발 및 인프라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41살의 울루벡 마리포프는 독립 30년이 채 안 되는 키르기스스탄의 32번째 총리다. 키리그스스탄은 그동안 총리 20명이 형사사건 등에 연루돼 감옥 신세를 져야 했던 씁쓸한 역사를 갖고 있다. 사디르 좌파로프 대통령은 내각 각료 취임 선서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지칠 줄 모르는, 적극적이고 경험 많은 팀이 정부에 모였다. 우리 내각은 키르기스스탄 경제를 안정시키고 코로나19 대응전략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새 정부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좌파로프 대통령과 마리포프 총리가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키르기스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